한국은행(한은)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는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 가계대출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 대출금리가 당장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오히려 금리를 올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0.25%p 낮췄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3년2개월 동안 통화 긴축 기조를 고수해 왔다. 기준금리 인하 배경은 둔화된 경기와 경제 성장률, 내수 부진 장기화 등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차주들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대출금리가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은행들이 쉽사리 금리인하를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최소 2차례에서 최대 5차례까지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지난달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유주택자 대출제한▲신용대출 제한 ▲갭투자 전세대출 불가 선언 등 금융당국 기조에 발맞춰 강도 높은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옥죄기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7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6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9월 가계대출 잔액은 8월(9조3000억원) 증가폭 대비 크게 둔화됐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세 주범인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96조8000억원)은 6조2000억원 증가해 지난 8월(8조2000억원)보다 2조원 축소됐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리인하로 인해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그간 공급이 확대돼 온 정책대출과 전세대출도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이미 금리에 선반영 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행권 총량관리와 금융당국의 기조가 뚜렷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의 자율 억제를 주문한 만큼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역시 지난 11일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 "금융권이 연초 수립한 자체 가계대출 경영목표를 준수하기로 한 만큼 개별은행 상황에 맞는 세심한 여신심사 기준을 통해 남은 3개월간 가계부채 관리에 힘써 달라"며 "구체적인 가계부채 증가 양상과 추이를 살펴 그에 맞는 추가 대책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체제 들어 글로벌 판매 3위 완성차 업체로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회사의 체질을 완벽하게 개선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창사 아래 처음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전동화 시대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분석해 전통적 사업영역과 신사업 간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며 '게임 체인저'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판매 '빅3' 등극…업계 최고 수익성 지난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글로벌 위상과 판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처음 연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올 상반기까지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0년 635만대에서 지난해 730만대로 100만대 가까이 늘었다. 올해 1~9월 현재 판매량은 539만대다. 연간 판매량 700만대 수준을 유지하며 2위 폭스바겐그룹 뒤를 바짝 쫓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톱4'에 진입했고, 올 상반기 역시 친환경차 16만대 등 총 81만여 대를 판매해 순위를 굳게 지켰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내며 외형뿐 아니라 내실 측면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 10.7%를 기록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9조4599억원 및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특히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800만유로(약 6조7935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체질 개선에 성공을 거둔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262조4720억원, 26조7347억원에서 올해 약 280조원, 약 29조원으로 성장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이익률도 두 자릿수로, 대중 브랜드를 넘어 럭셔리 브랜드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전동화 시장 변화에 발빠른 대응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친환경차 부문 글로벌 선도 브랜드 위상을 견고히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 회장의 인사이트와 과감하고 빠른 결단력이 주효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부임 이후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패스트 팔로어였던 현대차·기아가 전동화 시대 접어들면서 '퍼스트 무버'. '게임 체인저'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경쟁 업체보다 빠르게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했다. 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자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통해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올 상반기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 3만8457대보다 60.9% 늘었다.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었고,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톱2'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5.6% 증가한 49만대가량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말까지는 양사 합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 100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1분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세계 판매량 순위가 동시에 톱5에 오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반한 친환경차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입증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2028년까지 현대차 133만대, 기아 8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총 14차종으로 확대 운영하며,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한다. 기아도 2028년까지 9개 등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다. ◆수소, 로보틱스, AAM, 자율주행, SDV, PBV 등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 주도 현대차그룹은 인류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한 미래 모빌리티 혁신 측면에서도 톱티어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수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하는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HMGMA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한다.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로보틱스랩,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AI 연구소 간 글로벌 협업을 바탕으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로봇 활용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AAM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했다. S-A2는 슈퍼널만의 독자 방식인 틸트 로터 추진, 분산전기 추진, 다중화 설계 등이 적용됐으며, 전력 효율성, 안전성, 저소음 등이 장점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AAM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글로벌 기업, 정부 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AI 모델 학습 등을 활용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플랫폼화된 자율주행 차량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판매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본격화를 대비해 사용자 중심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오픈형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PBV 분야에서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PBV 개념이 적용된 'ST1'을 출시했으며, 기아는 2024 CES에서 PBV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을 공유했다. ◆글로벌 기업과 동맹 정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 업체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 인연을 맺은 GM과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끌며 글로벌 합종연횡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GM은 지난달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신차 개발 및 생산, 시장 개척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달 말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과 만남을 통해 현대차와 도요타의 '수소차 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도 정 회장에 대해 "다양한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모빌리티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했다. 뉴스위크는 "대기업은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차그룹은 예외"라며 "정 회장의 미래 비전이 현대차그룹을 진정한 혁신가로 바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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