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에 이어 반도체 관련 품목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17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500원(4.46%) 하락한 5만3600원, SK하이닉스는 1만3100원(7.19%) 내린 16만9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개별 관세 도입을 예고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9일 시행 예정인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연기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는 계획대로 부과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동차 시동 버튼과 전자레인지 작동 버튼에 들어가는 반도체 역시 대부분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반도체 관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앞서 3일(현지시간)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곧 시행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추가 압박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이 반도체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업체들의 반도체에 향후 25%의 개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약 8.3%의 가격 하락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에 안전 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오르며 환율은 1460원대를 웃돌고, 토지거래허가제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돼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낮춘 뒤 그 해 11월과 올해 2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p)씩 인하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2.75%다. ◆ 美 관세정책에 흔들리는 물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 탓이 크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로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8월 전년 대비 2.0% ▲9월 1.6% ▲10월 1.3% ▲11월 1.5% ▲12월 1.9%로 목표치(2.0%)를 하회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예상치 못한 탄핵정국과 미국의 세금관세는 물가상승률을 2%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환율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날 오전 9시 원·달러 환율은 1462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오전 한 때 1470원을 넘어섰다. 전 거래일인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오후 3시 30분 기준 1434.10원으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미 정부의 관세정책에 안전자산 선호영향이 커지며 1462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원화가치는 더 하락한다. 수입품을 더 많은 원화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손실을 우려해 돈을 빼면서 주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리인하땐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가계대출은 738조5511억원으로 1조7992억원 늘었다. 지난 1월 733조 6589억원으로 전월 대비 4762억원 하락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안정상황 발표에서 "토허제가 2월 중순에 해제가 되어서 이후로 주택 거래량이 좀 많이 늘었다"며 "2월 중순 이후에 늘어난 거래 영향은 3월 중순에 미칠 수 있고, 이는 4월, 5월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내수부진에…5월 금리인하 예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리동결도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내수(소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가계·기업의 자금 절반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이상 금리를 내려 자금을 풀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2월 기준 93.4로 1년 전과 비교해 2.3% 하락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로, 2020년(100)을 기준으로 두고 비교한다. 100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개선도 어려운 상태다. 원자재값이 오르고 고금리로 인한 미분양이 늘면서 당분간 역성장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누적된 수주부진의 영향이 지속돼 전년(-2.7%)에 이어 -1.2%의 역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기업 부채 중 절반 가량은 부동산 자산으로 이뤄져 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기업의 대출 중 부동산 대출 규모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49.5%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경우 가계·기업이 갚아야 할 상환금은 그대로인 반면 자산가격은 하락해 소비 투자 등 경기 개선에 악순환을 끼칠 수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과 협상의 여지, 국내 정치 불안 해소 등을 확인하면서 대응할 것"이라며 "당장보다는 5월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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