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그간 이통사 실적의 핵심 성과지표로 꼽혔던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세컨드 디바이스, 웨어러블 기기 등이 가입자에 포함되면서 ARPU가 실제 이동통신사의 경영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환경 변화에 맞게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는 이동전화 수익을 전체 가입자로 나눠 가입자 1인당 발생한 매출로, 그간 생산성의 지표로 여겨져 왔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마무리된 이동통신 3사 실적 분석 결과, 3사 모두 매출과 ARPU 사이의 간극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의 경우 SK텔레콤은 ARPU가 3만5355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4%, 직전 분기 대비 0.3% 감소한 수치다. KT도 같은 기간 3만5452원, LG유플러스는 3만5657원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0.6%, 1.5% 감소했다.
그러나 ARPU의 감소에도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되레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KT의 경우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1조44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11.4% 늘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총 74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8.1%나 뛰어올랐다. 영업이익이 감소된 SK텔레콤도 이동통신 서비스(MNO)만 보면 실적이 개선됐다. 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을 보면 1조7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
가입자 역시 늘어났다. SK텔레콤의 무선가입자는 전년대비 3.4% 증가한 2960만명을 기록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4.7%, 4.6% 증가한 1889만, 1249만명을 기록했다. LTE보급률도 3사 모두 7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ARPU와 영업이익 사이의 괴리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세컨드 디바이스 이용자가 모두 가입자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홈IoT 가입자나 웨어러블 가입자는 한 달에 요금제가 몇 천원~2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저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로 ARPU의 평균 수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웨어러블 기기 가입자는 SK텔레콤이 55만6645명, KT가 26만3248명, LG유플러스는 5만83명을 기록하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동통신사 역시 인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무선 ARPU의 성장이 어렵다고 전망한다.
KT 재무실장인 신광석 전무는 "데이터 이용량 증가에 따른 ARPU 개선이 예상되지만 세컨 디바이스 등 낮은 ARPU 고객 유입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전년대비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ARPU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22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유플러스 또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ARPU의 하향 압박이 있어도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익증대는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존 ARPU를 대체할 새로운 산정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해외 통신사들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ARPU 대신 ARPA(알파, 결제 계좌당 매출)라는 지표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의 버라이즌과 일본의 KDDI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등 새로운 서비스가 무선 ARPU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수익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지표 도입을 고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