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99년. 자본시장의 빗장이 풀리고, 기업 구조조정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컸던 시기였다. 국내 첫 지주회사는 2003년 3월 순환 출자 고리를 끊고 출범한 ㈜LG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은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대기업집단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가도 피해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경영권 승계문제다. LG가는 아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4세 경영을 위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경영권 승계 차분한 움직임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조카이자 양아들인 구광모(38) ㈜LG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유력한 1순위다.
2006년 LG 재경부문 금융팀에 입사한 구광모 상무는 2014년 말 입사 8년 만에 대리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많다.
당시 구 상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게 LG의 보통주 190만주를 증여받아 5.83%의 지분(1024만9715주)을 확보해 3대 주주에 등극했다. 지난해 5월에는 장내 매수를 통해 추가적으로 7만주를 획득, 5.92%의 지분(1040만9715주)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구 상무의 지분은 6.03%이다.
LG가는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현재의 구본무 회장까지 유교문화의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따라서 구 상무가 그룹 경영권 승계 1순위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일찌감치 지주사로 전환한 덕분에 지배구조도 단순하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6월 말 현재 구본무 회장과 특수관계인 36명이 48.4%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
LG는 LG화학(34%),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LG생명과학(30%)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은 사업부문별로 수직계열화 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순환출자가 없는 순수지주회사의 모범 격으로, ㈜LG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 속도 붙은 사업 재편
사업 재편도 과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합니다"(구본무 LG 회장 1월 '글로벌 CEO 전략회의')
"글로벌 경영 환경과 경쟁 양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절박함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상대적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느릿했던 LG가 채찍질에 나섰다.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6일 조회 공시를 통해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합병 검토가 끝나는 대로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흡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증권 권영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LG생명과학 잔여 지분을 LG화학 주식으로 교환해 완전 합병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LG화학이 비석유화학부문의 사업 확대를 일관되게 추진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석유화학부문의 이익 변동성을 상쇄하고 신규 성장동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