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재 떠난 KBS, 공영방송의 현주소
지상파의 위기설은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지지만, 지상파 PD들의 이적설이 나돌면서 더욱 대두됐다.
최근 비지상파의 대표 채널 tvN은 드라마로도 예능으로도 뛰어난 성적표를 시청률로 입증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방송되고 있는 '시그널'은 매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중이며, 최근 종영한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역시 월화극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했다. 반면, KBS는 어떠한가. 한류를 겨냥해 글로벌 출연진으로 화려하게 꾸민 '무림학교'는 막상 들여다보니 '빛좋은 개살구'답게 알맹이는 없었고, 결국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공영 방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예시였다. 그나마 시청률이 나오는 주말드라마도 막장 요소를 빼면 내세울 것이 없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tvN '꽃보다 청춘'과 '삼시세끼' 시리즈는 금요일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가 비지상파보다 좋은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식상함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디어를 내놓을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포털사이트에는 PD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한 매체가 KBS 소속 함영훈, 이응복, 백상훈 PD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KBS 측은 함 PD만 사표제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함 PD의 거취에 업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tvN으로 향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점쳤다.그도 그럴 것이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시킨 신원호 PD, 예능 마이더스의 손 나영석 PD는 KBS를 떠나 tvN에 둥지를 튼 대표적인 인물이다. 뛰어난 연출가들이 지상파를 떠나자 김은희, 김지우, 노희경 등 스타 작가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연출과 작가가 움직이자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당연히 비지상파로 몰리기 마련이다.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은 '시그널'에 출연 중이고, 신하균, 엄기준은 7일 첫 방송한 '피리부는 사나이'로 브라운관에 컴백했다. 막장 소재 없이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로 입소문난 tvN 드라마 출연을 배우가 마다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인재들이 있어야 그 안에서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지상파가 지금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