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보험업계 생존기]①역마진 우려에 시름 깊어진 보험사들
연 1.25%의 유례 없는 초저금리로 국내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압박 속에 과거 확정금리형 상품 판매에 따른 역마진 현상까지 우려된다. 소비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이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보험료는 늘고 환급 보험금은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채권 투자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보험업계의 생존기를 살펴본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은 올 들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기존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글로벌 경기마저 성장세가 악화되면서 보험업계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말 기준 생보업계의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은 3.9%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만 해도 5.9%에 달했던 수익률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말 4.0%로 마감했고, 올 들어 다시 3%대까지 하락했다.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이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99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낮은 수익률이 불러온 역마진 문제 보험업계의 운용자산 수익률 감소는 역마진 문제를 불러온다. 지난 1990년대 최고 10%에 달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을 다수 판매한 보험사들로선 고객에게 받은 돈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보다 지급해야 할 이자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보험사들의 채권 위주 자산 운용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낮은 자산운용 수익률과 이로 인한 역마진 우려를 가져온다"며 "업계 1위인 삼성생명만 해도 운용 자산 내 채권 비중이 60%가량에 달하는데, 이 역시 수익률 하락과 이자 역마진 확대 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생보사들이 판매한 고정금리형 상품은 지난해 기준 약 201조원 규모이다. 저축성 보험 가운데 3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 문제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만기가 20~30년인 장기 상품이 많아, 고정금리 상품의 잔액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경우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 압박 속에 금리 인하로 인한 역마진 공포까지 확대되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 대대적인 업계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현재 M&A 시장에 나온 보험사는 ING생명, PCA생명, KDB생명 등 생보사 뿐이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이미 M&A를 통해 중국 안방보험에 편입됐다. ◆"금리 인하 타격, 손보사보다 생보사 훨씬 커" 전문가들 역시 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보험회사의 경우 금리하락으로 자산운용 수익률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채권 투자비중이 큰 생보사들의 금리 역마진 위험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보험업계의 금리 역마진 위험액은 지난 2014년 1조1926억원에서 2015년 2조70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급여력기준 금액 대비 금리 역마진 위험액 비중은 5.86%에서 10.25%로 늘었다. 특히 금리 인하에 따른 타격은 손보사보다 생보사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생보사의 5% 이상 확정이율계약은 보험료적립금 기준 143조1000억원으로 전체 계약의 30.8%에 달하지만 손보사의 고금리계약 비중은 2.7% 수준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보험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재무건전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 인하로 인해 예정이율이 하락한다면 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금리연동형 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이 낮아질 경우엔 환급금이 감소해 신계약 판매가 위축될 수도 있어 보험사 손해는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