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장기화로 국내 보험업계가 금리 역마진 리스크의 대안으로 만기 50년에서 100년에 이르는 해외 장기 채권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유례 없는 최저 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규모가 제한된 국내 채권만으론 역마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유럽 등 해외 채권 금리도 결국 마이너스가 전망된다"며 "현재 1~2%인 금리의 해외 채권을 선투자해 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역마진 문제 탈피를 위해 해외투자 활성화, 장기채 매입 확대 등 자산운용전략에 있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금리하락 속도에 비해 움직임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의 10년 초과 장기채 매수가 크게 늘었지만 발행시장에선 장기채가 수요에 비해 부족해 역마진 탈피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초장기채 매입, 자산운용에 유리"
실제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시장에서 20년물 국고채 발행비중은 8.5%로, 이미 정부의 올해 연간 국고채 발행계획에 따른 비중을 채웠다. 30년물은 오히려 초과 발행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년, 30년물 장기 국고채는 올 상반기 중 연초 계획물량 대비 이미 초과 도달해 하반기 추가 확대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며 "하반기 보험사 추가 채권매수 가능 금액이 25조원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관과 외국 중앙은행 자금 등이 가세할 경우 장기물 공급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금융시장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늘면서 국내 대비 초장기채권 거래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3월 아일랜드가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으며 지난달에는 벨기에와 스페인이 각각 50년 만기 국채 발행에 나섰다.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 속에 지난 2월 이후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60년 만기의 초장기채 발행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채 투자를 살피는 보험사 입장에서 이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만기와 비슷한 만기의 국채 매입으로 리스크를 대비한다. 다만 장기국채 발행이 국내 보험사들의 이 같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각 사는 그간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해외 초장기채 매입을 통해 더욱 유용한 자산운용이 가능하단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오는 8월부터 보험사가 투자할 수 있는 외화자산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나선 생보업계
이에 앞서 국내 대형 생보사들은 최근 들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다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채권에 치중해 왔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과 대출 등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을 통해 국내 부동산은 기존 보유 건물을 매각하고 해외에선 신규 매입 후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려가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을 통해서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제휴하는 등의 방식으로 신규 해외 대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미국 댈러스 소재 빌딩 인수를 위한 신디케이션 담보 대출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해외 대체투자에 더욱 공격적이란 평가다. 올 상반기엔 보험 업계 최초로 중금리 대출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수익처 발굴을 위한 행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도 그간 소규모로 진행해 온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올 말까지 현지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태양광발전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부동산 리츠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유럽이나 일본, 미국 보험사들의 경우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 문제에 직면하여 부동산 분야만 해도 단순한 건물 매매가 아니라 장기 임대표 수입 등을 목적으로 투자하기도 하고 풍력발전·항공·인프라 등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투자처를 다각해왔다"며 "다만 국내 생보사들의 경우 그간 워낙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추구해온 탓에 대체 투자에 대한 노하우가 크지 않아 당분간은 자산운용 수익률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