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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규제 팬데믹] (중) 누구를 위한 '착한일'인가, ESG 규제에 생존 위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뉴시스

재계가 일찌감치 ESG를 도입하며 코로나19 극복에도 큰 공을 세운 상황, 정부는 오히려 ESG 규제안을 내밀며 재계 목을 조르고 나섰다.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경영 안정성을 뺏길 위기에 놓였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된 ESG 관련 법안은 97개에 달했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조항도 244개나 있었다.

 

정부가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기후 변화'다. 최근 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하고 올해말까지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계획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위한 기업 간담회에 이어 액화수소 관련 실증 특례를 승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도 35%에서 40%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이 탄소 중립과 관련해서 만큼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넷제로' 경영을 대폭 확대한데다가, 주력 사업을 수소 등 새로운 분야로 선회하고 있는 덕분에 오히려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현실적으로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 중립 목표를 포함한 ESG 성과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적 불이익을 당하는 것뿐 아니라 생존하기 어렵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주요 기업 총수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당장 자금 조달부터 문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나수미 연구위원이 발간한 'ESG 확산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지원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이미 지난해 말 이후로 해외 M&A에서 ESG 리포트를 요구받는 등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었으며, 투자업계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ESG 수준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B2B 기업은 대기업이 공급망에 ESG 위험 관리를 적용함에 따라 자칫 생태계에서 배재될 수 있다. B2C 기업 역시 윤리적 소비 환경 확대로 도태될 수 있고, 수출기업은 이미 ESG 평가로 수출이 불발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ESG에 투자를 해도 그만한 성과를 수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B2B 기업이라 ESG 투자가 리스크를 해소하는 효과에 불과하고, B2C 기업도 성과를 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중소기업에는 ESG 확산이 인센티브보다는 손실리스크가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해결책으로는 '당근'이 제시됐다.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ESG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ESG 경영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목표를 제시하고 정책 금융을 공급하는 등 유인을 제공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정부 방침은 '채찍질'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ESG 관련 계류 법안 조항 중 대부분인 196개가 규제와 처벌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중소기업에서는 손대기 어려운 환경관련에서도 조항 47개 중 규제와 처벌이 17개나 됐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상생을 결단하기도 어렵게 됐다. 최근 발의된 이른바 'ESG 4법'에 대한 개정안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국민연금법, 국가재정법, 조달사업법, 공공기관운영법 등으로, 전경련과 경총, 한국상장사협의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및 코스닥협회 등 경제 5단체가 반대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당장 조달사업법은 조달절차에서 ESG 가치를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바꿔, ESG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입찰 조차 어렵게 했다. 평가 기준이 불분명해 부작용도 예상됐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에 ESG 경영 고려를 의무화한 국민연금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이 여러 주요 기업 대주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 ESG를 이유로 부당하게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뿐 아니라 ESG를 확대하지 못하는 협력사들에 불이익을 주는 상황도 우려된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도 심화할 수 있다. 이미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 ESG경영 노력을 의무화하면서 수익성 개선 노력도 더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 이미 지난해 공기업 당기순이익이 6000억원 손실로 적자전환된 가운데, 결국 세금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ESG는 이미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규제를 만들다가 오히려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등 부작용만 만들었다"며 "ESG 실천은 기업 자율에 맡기고,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정상적으로 ESG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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