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소득 미달, 대출 상환 중단된 청년 4년 새 2배 증가
한국 등록금 OECD 상위권...고액 장학금·대출금 이중고
야당 "대출금 '무이자 적용' 학생들 교육비 부담 덜어야"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적용' 반대도...소득별 차등 지원 必
경제 불황에 따라 청년층의 실업난이 지속되면서 학자금 대출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준 소득 미달로 인한 학자금 대출 상환 중단 사례도 4년새 2배 가량 증가한 모습이다. 근본적인 문제로 고액의 등록금이 지적되면서, 학자금 대출만큼은 무이자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졸업 후에도 기준 소득에 미치지 못해 학자금 대출 상환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상환을 중단한 인원이 2017년 4만7716명에서 2021년 9만8459명으로 급증한 모습이다.
현재 한국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취·창업 등을 통해 일정한 근로·사업소득이 발생하면 국세청에 의해 자동 상환되는 구조로 이자는 1.7% 수준이다. 하지만 반대로 소득 기준이 그 아래로 내려갈 경우 자동 상환이 중단되는데, 그런 사례가 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청년들의 실업·실직 등 경제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이 대출을 받고 싶어서 받는 게 아니라 등록금 부담이 어려워 대출을 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대출과 비교해 저렴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1.7%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교육비 부담이 학생에게 돌려지는 것"이라며 "학자금 대출 무이자를 넘어 근본적인 원인인 등록금을 인하시키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17일 '학자금 대출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한국의 고액 등록금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제시한다. 한국의 등록금은 십여 년째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액에 속한다. 2019~2020학년도 기준으로 사립대학은 8621달러(ppp환산액 기준)로 등록금 자료를 제출한 OECD 24개 국가 중에서 6위, 국·공립 대학은 4814달러로 7위에 속한다.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최소 상환 개시 시점까지라도 무이자를 적용해 대출로 인한 2차 문제 파생을 막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2019~2020학년도 기준으로 독일(등록금과 생활비), 네덜란드(등록금과 생활비), 뉴질랜드(등록금과 생활비, 국가 기반 대출 기준)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이 0%다. 폴란드도 (등록금과 생활비) 0.055%, 스웨덴(생활비) 0.2%이기 때문에 거의 무이자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고액의 등록금에, 학자금 대출 이자 부담까지 안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은 가장 부담스러운 사안으로 해결이 시급한 항목"이라며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은 물론이고 이자 하나하나가 부담이기 때문에 무이자를 적용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적용'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으나 17일 야당 단독으로 국교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해당 내용이 통과되면서 논란이 됐다. 통과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볍법 개정안'은 소득이 없는 취직 전에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은 청년들의 사회 진출 부담을 덜어 주자는 취지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정부담과 형평성을 고려해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동용 의원은 "법안 실행 시 추계액이 1년에 800억원 정도 예상되는데, 부자 감세만 안 해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학자금에 묶여 인생의 시작 단계부터 채무자로 시작하게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정책에 대해 이 정도의 지출 부담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적용 자체가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며 "학생들 누구나 빚을 내게끔 유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향후에 빚이 누적됐을 때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구간에 따라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던 방식의 연장선상으로 학자금 부담 경감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 역시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에 대해서는 공감하되 일괄 지원 형태가 아닌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를 들면 소득 구간별로 등록금을 차등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와 비슷한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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