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이 총회결의 무효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소송 도중 조합이 총회를 열어 기존의 결의(제1결의)를 그대로 추인·인준하는 새로운 결의(제2결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제1결의에 대한 무효확인청구의 소는 부적법해 각하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다10986 판결 등 참조). 이는 과거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해 확인의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제2결의가 하자로 인해 부존재 또는 무효임이 인정되거나 결의가 취소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제1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도 적법할 수 있다. 따라서 추인결의인 제2결의에 하자가 문제될 수 있다.
시공자 선정총회가 의사정족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27759 판결), 조합이 새로운 총회를 열어 제1결의를 추인하는 제2결의를 했고, 이에 조합원들이 제2결의의 여러 하자사유를 주장한 사건이 최근 있었다(대전고등법원 2022. 7. 14. 선고 2021나51687 판결).
첫째, 먼저 조합원들은 제2결의가 부적법한 이유로 '무효행위 추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해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다만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민법 제139조). 즉 무효행위의 추인은 추인을 하는 자가 기존의 법률행위가 무효임을 알고 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제1결의가 무효인 점을 설명하지 않은 채 제2결의가 이뤄졌다'면서, 제2결의가 무효행위 추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조합은 제2결의를 소집하는 공고를 하면서 제1결의를 재의결한다는 취지를 명시했고, 제2결의 당시 조합장이 개회사에서 '제1결의와 관련된 소송 등으로 사업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재의결하고자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는 취지를 밝혔다. 또한 조합은 제2결의 총회책자에서 제1결의 효력에 관한 소송경과 및 '제1결의를 재의결한다'는 취지를 명시했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에 비춰 보면, 조합원들은 제2결의 당시 제1결의가 무효이거나, 적어도 무효사유가 있어 법적 분쟁 중에 있음을 알고서 제1결의를 추인하는 의미로 제2결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제2결의가 무효행위 추인의 요건을 갖춰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다음으로 일부 조합원들은 제2결의도 시공자선정결의이므로, 도시정비법 및 조합정관상 규정된 시공자선정절차를 새롭게 다시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도시정비법 및 조합정관에 '시공자선정은 일반경쟁입찰의 방법으로 하되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만 수의계약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제2결의 당시 새롭게 경쟁입찰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2결의 당시 시공자선정에 관한 경쟁입찰절차 등을 새롭게 다시 거치지 않아도 무효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1결의가 다른 절차는 모두 적법한데 단지 의사정족수 미달의 이유로 무효가 된 것뿐이고, 제2결의를 함에 있어 시공자선정과정을 모두 새롭게 밟아야 한다고 보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와 같이 위 사건에서는 조합원들의 제2결의에 관한 하자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1결의에 관한 무효확인의 소는 결국 각하됐지만, 위 판결은 추인결의도 '민법상 무효행위의 추인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 조합이 어떠한 절차를 준수할 경우 법원이 위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하는지 등에 관해 나타나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위 판결은 시공자선정 총회결의의 추인결의시 시공자선정과정을 모두 새롭게 밟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으나, 이는 무효인 총회결의의 하자사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정비사업조합은 무효인 총회결의의 추인결의시 갖춰야 할 요건과 절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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