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온다. 도전의 가치를 인정하고 실패를 허용하며, 성공 가능성이 없는 과제에도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져야한다. 바이오 벤처 모더나가 단기간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것도 이러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일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가 주최한 '2021 제약&바이오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가 될 혁신 신약이 탄생하려면 혁신이 가능한 생태계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 고민할 시점
혁신 신약 개발에는 경계없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수 요소다.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겨루려면 정부와 업계, 학계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국내에 많이 정착이 되긴 했지만 우리 정서에 맞는 한국형 모델은 뭘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국내에도 보스턴, 샌디에이고와 같은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를 통해 자율적인 소통과 융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우리는 독자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DDS)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이 기술은 혼자서는 꽃피우기 어렵다"며 "신약 물질, 원재료 기술을 가진 기업과 플랫폼이 함께 했을 때 신약의 개발을 앞당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벤티지랩은 현재 에스티팜과 공동기술개발 협약을 맺고 mRNA 백신 개발에 협업하고 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틀을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과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태순 라덱셀 대표이사는 "유전자 빅데이터와 통신과 반도체의 혁신이 융합되면서 환자 맞춤형 치료게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내 바이오 산업은 업력과 규모, 투자 재원 조달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에 뒤지지만 패러다임 변화를 정확히 읽고 전략을 짠다면 바이오 강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패 허용해야 혁신 가능하다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도 필요하다.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성공 가능성에만 집중하면 혁신 신약의 탄생은 어렵다.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기초 연구는 대부분 대학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개발된 신기술을 기반으로 교수들이 창업을 하고, 이를 대형 제약사들이 인수하는 형태로 성장한다"며 "대학 연구에 투자금 유치와 창업이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어려운 연구일 수록 더 많은 투자를 받는 구조가 형성돼 있고 정부나 투자 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국내에는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충분한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큰 연구는 시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점차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더욱 시급해졌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신약은 대체로 희귀질환 치료제가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흐름들은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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