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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문가 심층 인터뷰] 이경전 경희대 교수, "2016년 '알파고' 있다면 올해는 'GPT-3' 나왔다, 예상 뛰어넘는 진전"

-AI 최고 권위 세계인공지능학회(AAAI)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 3번 수상 '3관왕'으로 주목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AI의 현재와 한계·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2016년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나왔다면, 올해는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GPT-3'가 나온 것이 인공지능 역사에 획을 그을 사건입니다."

 

국내 AI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올해 AI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AI 언어모델인 'GPT-3'의 등장을 꼽았다.

 

"당연히 사람이 쓴 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GPT-3가 쓴 글로 밝혀져 놀라운 언어생성 능력을 보여줬고, 웨이모는 완전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제 예상보다 10년이나 빠른 것으로, 2가지 사건은 예상을 뛰어넘은 진전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AI'로 평가되는 GPT-3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했는데, 이 교수는 이를 "AI 기반 자연어처리 기술이 돈이 되고,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화된 긍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같은 학교·학과에서 인공지능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 소장과 AI& 비즈니스 모델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또 AI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벤플 대표와 그룹옥션을 사업 모델로 하는 올윈웨어 이사로도 일하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AI 최고 권위의 세계인공지능학회(AAAI)에서 수여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IAAI Award)'을 보여주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그는 특히 AI 최고 권위의 세계인공지능학회(AAAI)에서 지난 2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 중 최고의 평가를 받으면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IAAI Award)'을 수상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미 박사학위를 취득하던 해인 95년에 이 상을 처음 받으며 방송에도 소개됐고, 97년에도 상을 받아 '3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1995년에도 인공지능 학자는 많았습니다. 카이스트에서 AI 1세대 교수님들께 수업을 들었던 제가 2세대입니다. 하지만 2000년 경 '인터넷 붐'이 거세지면서 AI 학자들이 인터넷으로 넘어갔습니다. 다만, 우직하게 AI를 연구해온 제프리 힌튼 교수 등이 있어 '딥러닝'이 생겨나며 인공지능이 다시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이미 2012년~2015년 AI의 발전에 큰 관심을 가졌고,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일반 대중에도 충격을 안겼다. 이 교수도 이 때부터 다시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그동안 성과를 담은 논문을 보내 상을 수상한 것.

 

그는 "다만, 여전히 챗봇이 친구나 전문가처럼 대화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AI 스피커로 '농담 따먹기'는 할 수 있지만 일을 시키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뇌과학자는 컴퓨터를 뇌로 봐서 '사람과 비슷한 AI'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1995년부터 '사람 같은 AI'가 잘못 됐다고 말해왔습니다. AI는 그저 똑똑하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새처럼 나는 비행기를 만들려고 했으면 아직 비행기를 만들지 못 했을 겁니다.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최근 대세입니다."

 

그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어 문서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GPT-3 조차도 아직 AI 성능에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GPT-3는 N개의 단어를 주고 N+1 단어를 맞추는 학습을 시켜, 가장 그럴 듯한 다음 단어를 맞추는 것은 뛰어납니다. 다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못합니다. '기린의 눈이 몇 개야?'라고 물으면 '2개'라고 답하지만, '내 발에 눈은 몇 개야'라고 하면 역시 2개라고 대답합니다."

 

똑똑하다면 "발에 눈이 어딨어?"라고 답해야 하는데, 비슷한 질문을 본 적 없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다.

 

AI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도 100개 단어 중 1개만 못 읽어 인식률이 99%까지 나와 유튜브 자막은 잘 달 수 있지만,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 못 해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AI의 현재와 한계·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하지만 특정 도메인에 한정해서는 국내에서도 글로벌한 수준의 AI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AI를 챗봇 중심으로 시작해 실패했지만, 최근 뷰노·루닛 등 의료 기업, 파운트 등 파이낸스, 뤼이드 등 에듀테크, 미국에 본사를 둔 센드버드 등 주목할 만한 기업들이 많이 나와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뤼이드는 토익,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몇 점을 맞을 것을 예측해주고, 그 사람에 가장 적합한 문제를 출제해주는 기술로,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에 소개됐어요. 저희 학생 중 뤼이드의 '산타토익'이 915점 맞을 것을 예측했는데, 똑같은 점수를 받은 경우도 있었어요." 이는 점수 데이터가 많아 정확한 예측의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AI로 축구영상을 분석하는 비프로일레븐도 주목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운동장에 카메라 3대를 달면 축구선수, 심판의 영상을 촬영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AI는 벌써 120개 이상 클럽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중국서 세계를 리드하는 AI 기업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나라도 AI 육성만큼은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알파고 대국이 벌어진 것은 '행운'으로 체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10억 이상 투자를 유치한 AI 기업이 130개나 되고, 투자를 조금이라도 받은 기업도 50개사에 달한다.

 

"하지만, AI의 직접 서비스가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돈만 쓰고 어려운 분야가 의료로, 원격의료는 규제에 가로막혀 B2B 사업 밖에 하지 못합니다. 규제를 풀면 더 많은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기존 인력이 손해를 볼 것 같아 저항하지만 AI로 의료 진단이 많아지면 의사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중고 자동차 시장에서 SK그룹이 '엔카'를 내놓았을 때 마장동·장안동 중고차 딜러들이 거센 시위를 벌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엔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로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규제를 풀면 사용자가 생겨 데이터가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기업에 자율을 주면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는 "정부가 정책 기조로 규제 완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모빌리티 회사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규제가 가로막기 때문으로, 에듀테크·스포츠는 규제가 없어 글로벌라이제이션이 가능했다는 것.

 

이 교수는 또 AI 인력 양성을 위해 AI·빅데이터 등 응용대학원이 많이 생기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숫자의 단위가 달라질 정도로 대규모로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데, 분야마다 자잘하게 쪼개는 것은 큰 효과를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AI를 배우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기존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AI 활용 교육을 시키는 것까지 2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1998년도부터 실직자들에게 전자상거래 교육을 시켰는데 이들이 인터넷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실직자에게 AI를 가르쳐 새 시대에 대응하게 해야 합니다."

 

AI 분야에서 고급 개발인력도 필요하지만 AI 활용도 필요한 만큼 기존 인력 전환이 인력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뉴딜 정책이 '교육 뉴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진행 중인 디지털 뉴딜은 '돈을 쓰기 위한 프로젝트'로 단기적이고 축적되지 않아 예산 낭비가 클 수 있습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주고 그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정부는 데이터 구축 위주로 디지털 뉴딜을 진행하고 있지만, 데이터는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 이용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진짜로, '인형 눈 붙이기'처럼 대충 가공한 데이터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뉴딜의 70%가 중복 사업이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AI의 현재와 한계·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저는 사용자 중심의 AI인 '유저 센트릭 AI'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AI는 '플랫폼 중심 AI'여서, 사용자들은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데이터만 뺏기게 됩니다. 'AI 의료진단 모델'을 사용자에게 주면 이용자는 이를 활용해 내 건강 어디에 문제가 있는 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AI를 사용하게 해 데이터를 모으고, 기업은 안전하게 보호해야 합니다."

 

즉, '사용자 뉴딜'로 기업에 투자하면 기업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자연스레 '데이터 뉴딜'로도 이어진다는 것.

 

그렇다면, 'AI로 없어지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4~5년 전에는 AI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했지만, 지금은 글로벌하게도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자동화 기술로 특정 분야 직업은 줄겠지만 다른 분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줄 겁니다. 인터넷으로 비디오 가게가 없어졌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생겨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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