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품은 미래에셋, <하>인수합병과 과제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치면 '1+1'은 2를 넘어 3, 4도 가능할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미래에셋이 쌓아 온 투자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IB(투자은행) 사업 역량을 결합해 국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금융의 토양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자기자본 7조원 규모의 초대형증권사로 거듭나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어떤식으로 시너지를 내느냐다. 큰 그림은 그려졌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시너지 내려면 "앞으로 미래에셋 금융그룹은 증권이 끌고 가게 될 것 같다. 다만 자산운용사와 생명, 캐피탈 등은 가능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다." 박 회장의 큰 그림이다. 독자 생존하면서 강점을 키우고, 시너지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 시장에서는 우물안 개구리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은 오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노무라증권과 비교할 때 3배 차이가 난다. 노무라는 자기자본 24조원의 아시아 1등이자 골드만삭스 등에 비견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규모의 경쟁을 하려면 리스크를 가져갈 수 있는 자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거대 자본들과 힘겨루기를 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서비스와 먹거리도 아직 없다. 그래서 미래에셋이 들고 나온게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하게 될 산은자산운용을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산은자산운용은 인수가 완료된 이후 회사의 형태를 바꿔볼 계획"이라며 "헤지펀드 부문을 강화해 그 동안 한국 자본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체투자(AI)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자기자본투자(PI)에서 얼마나 빨리 시너지를 내느냐도 과제다. 미래에셋증권의 PI 투자 규모는 6000억원 수준으로 서울 을지로 센터원 빌딩, 상하이 빌딩, 브라질 빌딩, 아큐시네트(Acushnet) 등에 투자돼 있다. 특히 2011년 미래에셋PEF를 통해 투자한 골프브랜드 아큐시네트는 매년 7% 가량의 배당을 창출하고 있다. 나스닥(NASDAQ)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투자 손민지 연구원은 "PI로 자본을 활용하는 방안은 대우증권 인수합병(M&A)에 비해 수익 창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길기 때문에 ROE 개선 속도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일차적으로는 대우증권 기존의 수익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특히 그동안의 증권사 M&A는 인력 이탈, 시너지 약화, 자본 비대화에 따른 ROE 하락 등으로 승자에게 불리한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에셋증권의 저력과 승자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대우, 화학적 결합에 주목 박 회장은 대우증권 노조와의 갈등 개연성에 대해 "구조조정은 없다"면서 "향후 합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증명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자용 KDB대우증권 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고용 안정과 관련해서는 원론적 의미가 아니라 영업점 및 본사 부서 통폐합 등 회사 조직 편제 변경과 직군 변경, 원격지 발령 등 세부 사항까지 전제돼야 한다"며 "합병 전 노사 합의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 구속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룡 증권사가 탄생하는 만큼 두 회사가 '한 조직'으로 거듭나기까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1970년 동양증권 설립 당시부터 40년이 넘는 역사를 세운 전통의 증권사다. 여러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대표와 리서치센터장을 배출한 만큼 자부심과 기수 문과가 탄탄하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다. 자기시장잠식(cannibalization) 우려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소액주주 달래기도 과제다. 적어도 지난날 한국의 금융사 M&A가 소액주주에 부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불가피할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 외에도, 그룹의 소유구조 변경 가능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질 전망이다"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변화에 따른 그룹 소유구조 변화를 위해 필요한 여러 재무활동(합병, 계열사간 지분이동, 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은 불가피하고, 대우증권 소액주주에는 불확실성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자기자본 100%를 초과한 지분에 대해서 매도하거나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