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오스트리아 빈에서 결성된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는 1897년 4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비엔나공방으로 잘 알려진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등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설되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 아카데미와 역사주의 양식에서 벗어나 보다 현대적이고 개성적인 종합예술을 추구했던 그룹이면서 개혁운동이다.
빈 분리파하면 가장 먼저 클림트와 에곤 실레(Egon Schiele), 코코슈카(Oskar Kokoschka), 카를 모저(Karl Moser) 등을 떠올리지만, 멤버 중에는 프란츠 세들라체크(Franz Sedlacek)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되어 사망 처리된 인물로, 유럽 미술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20세기 초반 활동한 작가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세들라체크는 1891년 현재의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 당시 독일제국)에서 태어났으며 건축과 화학을 전공했다. 그림은 독학으로 배웠다. 1912년 린츠에서 열린 전시회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였고, 인상주의와 표현주의적 요소를 결합한 화풍의 안톤 루츠(Anton Lutz), 세밀한 연필 드로잉으로 이름을 떨친 클레멘스 브로쉬(Klemens Brosch) 등과 함께 린츠 기반의 예술 협회를 창립하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벌였다. 빈 분리파 정회원이 된 것은 1927년으로, 이후 정기적으로 전시회에 참여했다.
감정적 표현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차갑게 현실을 묘사했던 신즉물주의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그는 흑백의 어둡고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알프레드 쿠빈(Alfred Kubin)과,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남긴 벨기에 작가 펠리시앙 요제프 빅토르 롭스(Felicien Joseph Victor Rops)와 비슷한 예술적 감수성과 어두운 환상성을 공유한다. 세들라체크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조형문법을 만들었다.
특히 르네상스와 초현실주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흔적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선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나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피터르 브뢰헬(Pieter Brueghel de Oude)과 같은 선배 작가들의 영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그의 그림 속 초자연적이거나 상징적인 풍경, 수수께끼 같은 장면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양식을 차용하고 있으나, 억압적인 시대에 대한 회의와 심리적 불안 등을 기괴한 화면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사회비판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도망자(The Fugitive)>(1928), <황혼의 노래(Song in the twilight)>(1931), <나무 위의 유령들(Ghosts on a Tree)>(1933) 등이 그 예이다.
그 중 인상적인 작업은 <나무 위의 유령들>이다. 이 작품은 달빛 비추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기이한 형상들이 황량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두건을 쓴 듯, 독수리를 닮은 해골얼굴의 새 23마리가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성이다.
잎사귀 하나 없는 나뭇가지는 죽음과 황폐함을 의미한다. 유령 같은 존재들은 불길함의 기호요, 알 수 없는 세계 및 인간의 필멸을 암시하는 장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 사회적 공포와 정치적 혼란이 팽배했던 시기에 그는 이와 유사한 주제를 자주 작품 속에 녹여냈고, <나무 위의 유령들>도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나무 위의 유령들>처럼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다. 물론 건조한 감정과 무기력함이 팽배한 동시대를 투영한 작품들은 많다. 세들라체크 외에도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악몽 같은 오늘을 그린다. 다만 예술의 속도는 현실의 고통과 암울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현실은 언제나 예술의 그것보다 참혹하고, 새로운 비극은 늘 예술을 앞선다. 이는 예술의 존재이유이자 한계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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