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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M커버스토리] 韓증시 밸류업 1년, '밸류업'은커녕 '밸류다운'…PBR은 역대 최저 기록도

밸류업 프로그램 1년, 효과 미미..."정치 불안정 상황까지 증시 하락 가중"
주주가치 제고 부진한 밸류업과 상장사들
구조적 문제와 정책 부재..."일본과 비교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밸류업을 통해 상장 투명성과 경쟁력 강화로 기업들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촉진하려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밸류업 공시 참여도는 저조했고, 밸류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밸류업 발표 후, 밸류업 구성 종목 리밸런싱과 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안까지 발표했지만 시장 참여자들과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상황이다.

 

/허정윤 기자

◆ 상장기업 中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 4%↓…주주가치 제고도 '물음표'

 

지난해 5월 밸류업 가이드라인 확정 이후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본공시와 예비공시를 합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상장사는 102개사(코스피 85개사, 코스닥 17개)로 점차 증가했다.(5월 2사 → 6월 1사 → 7월 3사 → 8월 3사 → 9월 5사 → 10월 18사 → 11월 28사 → 12월 34사)

 

밸류업 초반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금융 업종에 국한됐던 참여 기업이 시간이 갈수록 다양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업종별 기업 참여 비중은 자본재(장비,기계,건설,인프라 등)가 22%로 가장 크고, 은행·금융서비스(금융지주, 증권사 등) 19%, 자유소비재 유통 및 소매(백화점 등) 8%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는 상장기업 전체 2629개사(코스피 848개사, 코스닥 1781개사)의 3.88%에 불과한 규모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 됐음에도 지난해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4로 집계됐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인데 숫자가 작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작년 PBR은 2002년 관련 자료를 집계한 이후 코로나 사태 여파가 있었던 2022년과 같은 역대 최저치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도 0.94보다 못한 수치다.

 

아울러 국내 상장사들은 밸류업 정책 방향성에 동의하고 기업 가치 증대와 투명성 강화, 주주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할 것이라면서도,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의 자사주 매입량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수를 줄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밸류업의 일환으로 주주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효과적이나 이마저도 기업들은 외면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조사한 지난해 말 기준 시총 상위 500대 기업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현황에 따르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2023년 127곳에서 밸류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4년에 124곳으로 줄었다. 이들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 총량도 같은 기간 2억3217만8780주(총 발행주식의 2.21%)에서 1억9821만2518주(총 발행주식의 1.93%)로 14.6% 감소했다.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더라도 소각까지는 이르지 못해 주주 가치 증대를 실현하지 못한 곳도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신영증권과 금양은 각각 발행주식의 32.5%, 17.2%를 매입했지만 소각에는 나서지 않았다.

 

/ChatGPT로 생성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도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고민하는 투자자들'

◆밸류업 지수에 선정된 기업 불신↑…삼성 밸류업은 언제?

 

밸류업 지수 선정 기업 리스트를 두고는 선정과 동시에 비판이 쏟아졌다.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두산밥캣, 이수페타시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 한미약품 등도 지수에 포함됐고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급격히 출렁이거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밸류업 계획도 내놓지 않은 삼성전자도 포함되자 밸류업 지수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다.

 

거래소는 매년 6월 심사를 거쳐 밸류업 지수의 종목을 교체를 예고했으며, 올해 6월 이후부터는 밸류업 공시 이행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삼성전자가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을 시 지수 편입 여부가 주목된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밸류업과 별개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내고 진행하고 있어 따로 밸류업 공시를 할지는 의문"이라며 "어차피 시총이 큰 삼성전자를 빼면 지수에 대한 관심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쉽게 밸류업 지수 종목에서 빼지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밸류업 지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채 1년이 흘러간 것이다.

 

밸류업 1년을 결산한 거래소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밸류업 공시 기업들이 지난해 평균 4.9% 수익률을 봤다"고 강조했지만 개별기업 하나하나 이슈를 보면 '밸류업'과 거리가 먼 케이스가 부지기수인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4일 상장한 밸류업 ETF 12종도 지난 21일 기준 누적 수익률은 상장 첫날 종가 대비 평균 -0.37%(패시브형 9종 수익률 평균 -0.22%, 액티브형 3종 수익률 평균 -0.82%)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와 차별점이 없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거래대금도 적어 자산운용업계 내에서는 어떤 밸류업 ETF가 가장 먼저 백기를 들지가 주목될 정도"라고 말했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해 9월 24일 거래소 서울사무소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밸류업지수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한국거래소

◆ "밸류업하면 뭐가 좋아요?"…국회에 계류된 논의도 산적

 

지난 1년 동안의 밸류업 프로그램 진행 상황을 보고, 시장 참여자들은 밸류업 공시 참여도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2013년 아베노믹스부터 시작해 2014년 거버넌스 개혁, 2023년 PBR개혁을 통해 점진적으로 증시를 끌어올린 바 있다. 2023년 6월에는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 1을 초과하는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새로이 만든 점은 밸류업 성공사례로 꼽힌다. 공적연금과 중앙은행 등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JPX 프라임 150의 벤치마크 사용을 유도한 바 있다. 엄격한 지수 관리에 지수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에 편입된 기업들은 글로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증권학회 회장)은 "기업들이 밸류업에 동참할 동인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일본의 경우는 10년 동안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진정성 있는 꾸준한 밸류업을 진행해 왔고 그 결실을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도 밸류업을 위한 한 방안이지만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밸류업을 위한 '좀비기업' 퇴출이 중요하지만 투자자 피해를 생각해서라도 '상장 폐지' 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리와 공지를 더욱 세밀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의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기업들 공시 보고서 내용을 보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무조건 공시했다고 좋게 보지만 말고 공시의 '질'을 따져서 평가할 수 있는 과정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해도 의무만 있을 뿐 이득은 없으니 공시 실천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의 밸류업 참여 동력 제공의 키포인트로 여겨지는 '세제지원' 관련 논의는 뚜렷하게 제시된 바 없다.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나 개인투자자에 대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등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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