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하노이發 대한항공 KE442편, 인천 도착 후 5시간반 '대기'
비행기서 계류장까진 불과 수십미터 거리…250명 발 꽁꽁 묶여
관제탑, 기장·승무원 "기다려달라" 반복만…상세 안내는 '전무'
일부 승객 호흡 곤란 호소…몇몇은 욕설, 112·119 등에 신고도
버스 등 대체 운송수단 투입 안했나, 못했나…비상 대책 '부재'
한 승객 "이게 인천공항·대한항공 서비스냐…국제적 망신" 혹평
세계적인 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민낯이 폭설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에도 계류장(주기장)까지 진입하는데만 활주로에서 5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관제탑 등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다. 비행기와 주기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수 십미터 밖에 되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기내의 산소가 부족해 일부 승객은 호흡곤란까지 호소하는 등 자칫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될 뻔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 KE442편. 이 비행기에는 250여명이 탑승했다.
비행기는 당초보다 2시간이 늦은 오후 2시께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을 출발했다. 전날 우리나라 수도권 등에 내린 폭설로 연착이 되면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KE442는 오후 8시50분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베트남과 한국의 시차는 2시간이다. 문제는 착륙 직후 발생했다.
활주로를 달리고 있던 비행기에선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현재 다른 비행기가 계류장을 사용하고 있어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후 안내방송은 "(계류장을)계속 사용하고 있다"며 무한 반복됐다. 승무원에 따르면 기내 방송은 규정상 15분에 한번씩 하기로 돼 있다. 물론 그 사이 비행기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자정을 넘어섰다.
비행기에 갇힌 지 3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원성이 높아졌다..
일부는 승무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승무원들은 "기장이 관제탑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좀더 정확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시 1시간이 지났다. 이쪽 저쪽에서 욕설도 들렸다. 한 승객은 "기다리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느냐. 버스 등을 통해 진작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KE442편 객실 사무장 L모씨는 "버스편 등에 대해 공항측에 전달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차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기장은 4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방송을 했다. 기장 역시 "기다려달라"는 짧은 안내가 전부였다.
지칠대로 지친 일부 승객은 112로, 119로 저마다 신고를 했다. 한 승객은 인천공항경찰단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항공기 내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답변밖에 돌아온 것이 없었다.
비행기가 오래 머물면서 전원도 자주 차단됐다. 이때문에 산소 공급이 원활치 않아 기침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일부 승객은 호흡곤란을 겪었다. 아이들 울음소리도 커졌다.
한 승무원은 "저희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우리도)빨리 퇴근하고 싶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승객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을 즈음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계류장에 닿았다. 28일 새벽 2시20분께다.
활주로에 내린 비행기가 계류장까지 몇 십미터를 가는데 무려 5시간30분이 걸린 것이다. 이날 하와이에서 출발한 일부 노선은 꼬박 7시간 넘게 기내에서 대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엔 KE442편이 닿은 235번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결국 승무원이 공항공사측과 전화를 하고서야 문이 열렸다. 비행기에서 힘들게 내린 승객들은 이때문에 20여분이 지나서야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렵게 마련한 계류장마저 승객 맞을 준비가 전혀 되질 않았던 것이다.
또다른 탑승객은 "이게 인천공항과 대한항공의 서비스냐. 국제적으로 아주 개망신"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끝난게 아니었다. 짐 찾는 곳은 그야말로 사람과 짐이 서로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KE442편에서 내린 짐을 찾는 곳은 30분이 넘도록 전광판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250명이 넘는 승객들은 자신의 짐을 찾기위해 이리 저리 방황했다. 일부 LCC 항공사에선 관계자가 나와 구두로 짐 찾는 곳을 안내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보이질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에 '고객'은 없었다.
한편 2022년 당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를 받았던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엔 A로 두 단계 상승했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홈페이지에서 "국민의 신뢰 속에서 전 세계 공항을 선도해나가는 초일류 공항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여러분의 소리를 듣겠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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