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 보호와 저작물의 활용에 따른 공익 증진이라는 양자의 균형을 꾀하기 위해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에 관한 이른바 포괄적 일반조항(catch-all clause)으로서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저작권법의 역사(1957년 제정)를 기준으로 보면 매우 최근에 신설된 조항(저작권법이 2011년 12월 2일에 일부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그래서 위 조항이 신설되기 이전(물론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다)에도 위와 같은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적용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등의 의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지난 7월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이른바 '노래비 사건(2021다216872, 2021다216889)'이다. 대법원이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을 것이 필요한데, 구 저작권법(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이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 제23조 이하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를 개별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 사안에서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정이용의 법리가 개별적인 제한규정에 대비되는 공정이용의 일반 법리인 점, 그리고 구 저작권법 하에서도 공정이용의 법리를 대신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나 비영리적 목적 및 한정된 범위 안에서의 이용 등을 규정한 조항이 그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삼아서 위 조항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과거의 사안에 대해서도 공정이용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 저작권법 제28조가 공정이용에 관한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5(위 판결에 적용된 구법 기준으로는 저작권법 제35조의3)와 요건이나 적용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반적인 공정이용 법리의 적용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원심판결에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봤다. 즉, 공정이용에 관한 현행 저작권법 조항(제35조의5)은 그 신설 이후부터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이전에는 널리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과거 실무서 등에서도 구 저작권법상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의 조항을 공정이용의 법리 적용의 근거로 보는 경우 등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신설된 공정이용 조항을 널리 적용함에 있어서는 시간적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판시한 것이었다.
이처럼 저작권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조항의 내용 뿐만 아니라 개별사안에 관해 적용되는 정확한 법령이 무엇인지(구법/신법 등), 해당 법령의 부칙 등에 경과규정이 있는지 등 법령 적용의 시간적 범위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 구법/신법 등 법령 적용의 시간적 범위에 따라서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 역시 지식재산권이 문제되는 사안과 관련해 실무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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