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MSCI지수 수익률 평균이 17.6%인 것에 비해 국내 증시는 -12.8%를 기록하며 극단적 부진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ye Korea; 탈 국내증시)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선호는 증가하면서 한국 증시 소외 현상이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약 15조원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도 순매도 흐름이 지속되면서 19일까지 약 2조원 가량을 털었다. 코스피는 '검은 월요일'의 타격을 점차 회복하는 듯했지만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다시 급락세를 보이며 2500선 밑으로 또 한 번 떨어졌다. 미 대선 결과가 발표됐던 7일부터 19일까지는 약 3.57% 주저앉았다.
LS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국의 연초 대비 MSCI지수 수익률은 -12.8%로 대만,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독일 등 주요 12개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세계 MSCI지수 평균 수익률은 17.6%이며, 선진국은 18.9%, 신흥국은 6.7%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우호적이지 못한 거시경제 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한국 증시의 연초대비 수익률이 주요국 대비 너무 낮다는 점에서 증시의 기본 체력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볼 때"라며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본이 하반기들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국내 개인투자자마저도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반면,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최초로 1000억달러(약 139조원)를 돌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서학개미들의 국내 증시 탈출은 불가피한 방향성이고,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현상 등이 완료되려면 경제성장률 회복, 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내년도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들이 한국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외국인들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국내 증시의 우상향 반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는 밸류업 정책 지원과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 등이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서만 19일까지 4.89% 하락했다. 해당 기간 동안 코스피는 3.29% 떨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삼성전자의 부진이 코스피 지수 마이너스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황 연구원은 "밸류업을 열심히 추진하는 것이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와 투자자들의 이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향성"이라며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의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 주는 노력들이 시장 안정화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지수 하락의 약 3분의 1 정도는 삼성전자 한 종목 때문일 수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가 그리 많이 빠진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긍정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급반등할 시 코스피의 상승 펀더멘탈이 어떤 시장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지수 반등에는 삼성전자 자체적 반등 동력의 트리거가 만들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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