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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 목적물 인도여부와 무관하게 발생

김지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음은 확립된 법리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임대차계약 체결시 임대인의 임차목적물 인도 의무와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의 관계는 어떠할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해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 임차인은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민법 제618조, 제623조 참조). 이 경우도 동시이행관계가 성립해 임대차목적물이 인도되어야 비로서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될까?

 

이에 관해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면 발생하는 것이고, 상대방의 의무 이행이나 이행의 제공이 있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임차인의 차임 지급의무는 그가 임대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임대차계약의 효력으로서 발생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다256116 판결).

 

A는 피고에게 준공 전 분양권 상태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하고 이후 원고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분양권을 양도했는데, 피고는 임대차보증금 중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A 및 원고들은 피고에게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A로부터 임대차계약상 지위를 승계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기간 동안의 차임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원심은 임대인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목적물 인도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기간 동안 임차인은 차임 지급의무를 면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이 피고에게 인도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차임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는임대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았는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나 다만,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 의무와 임차인의 차임 지급의무는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이러한 의무를 불이행해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으면 임차인은 지장이 있는 한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된 이상 임차인에게는 차임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임대인이 임대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비로소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인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제공하고, 그 이행제공 상태가 계속된다면, 임차인으로서는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임대차계약 체결시 임대인의 의무에는 임대차계약 당시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권리관계 및 임대차계약의 내용 등에 따라 임차인이 확보할 수 있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대인으로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거나 이행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임차인은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는 한도에 대해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임차인이 일정 차임액에 달하도록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임대인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으로서는 차임지급의무가 발생한 시점과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한도를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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