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톨릭대학교 인문학연구소는 지난달 17일 역서 'M.에크하르트의 중세 고지(高地) 독일어 작품집 II' 를 출판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역서는 28년간 중세 고지 독일어를 틈틈이 읽어 온 이부현 교수가 중세 고지 독일어 원문과 각주의 주요 부분을 번역하고 역주를 붙인 것이다. 이교수는 M. 에크하르트의 중세 고지 독일어 작품집 5권 전부를 내년 안으로 번역 출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역서는 지난해에 출간된 'M.에크하르트의 중세 고지 독일어 작품집 Ⅰ'과 'M.에크하르트의 중세 고지 독일어 작품집 Ⅴ'에 이어 발간된 역서이며 내년에는 'M.에크하르트의 중세 고지 독일어 작품집, Ⅲ과 Ⅳ'도 계속 번역 출간할 것이다.
에크하르트의 사상을 요약하면 '신과의 신비적 합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형이상학적 사유로 '있는 그대로의 신'을 결코 만날 수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도 결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형이상학적 사유든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집착이든,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고(Gelassenheit), 버리고 떠나 있어야 한다(Abgeschiedenheit)고 한다. 그때, 인간은 '영혼의 근저(Grund der Seele)'에 도달한다고 한다.
영혼의 근저, 곧 모든 것에게 텅 비어 있는 이성에 도달할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신'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나는 신과 이미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궁극적 현실(reality)은 우리의 사유가 구성한 존재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의미에서 그는 존재 철학자 하이데거와도 선불교 사상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는 에크하르트에서 동서양의 사상적 가교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M.에크하르트의 중세 고지 독일어 작품집Ⅱ에는 에크하르트의 독일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설교 117개 가운데 35개가 실려 있다. 그는 가르치는 스승일 뿐만 아니라, 삶의 스승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평신도, 특히 여성들에게 독일어로 설교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독일 철학, 독일 문학, 독일 신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에크하르트 사상의 심오함은 유럽에서는 이미 널리 인지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부현 교수는 "그의 설교들이 간혹 영어본이나, 현대 독일어본에서 단편적으로 번역돼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바로 중세 고지 독일어를 통해 번역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비로소 에크하르트 연구의 초석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말"이라며 "부디 이 번역본을 통해 에크하르트의 원음을 듣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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