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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조현식 온기 대표 "SNS 시대의 고립감, 손편지로 치유하다"

조현식 온기 대표. /사단법인 온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전은 사람들 간의 소통을 편리하게 했지만, 오히려 다른 한편에선 사회와의 단절로 통한 개인의 고립을 키워온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기'의 조현식 대표(35세)는 새로운 서비스 '온기 우편함'을 내놓았다. 온기우편함은 사회구성원 누구나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보내면 이에 대한 답장을 손편지로 받아볼 수 있는 정서지원 서비스 사업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제공하고 있다.

 

온기우편함 모습. /사단법인 온기

◆고립감에서 시작된 온기의 여정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 7월에 진행한 '국민정신 건강 지식 및 태도' 설문 조사에 따르면, 15~69세 국민 3000명 중 73.6%가 지난 1년간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2년 대비 9.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꼈다는 응답 비율이 36%에서 46.3%로,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도 30%에서 40.2%로 각각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조 대표는 이러한 현대인의 우울감은 고립감, 즉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정서적 단절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비영리단체인 온기를 설립했다.

 

사업 영감은 일본 유명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찾았다. 그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과거의 인물이 고민을 보내면 미래의 인물이 답장을 전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옮기고 싶었다"며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의 손길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 대표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돌담길에 첫 온기우편함을 설치했다. 그러나 온기의 초창기는 녹록지 않았다. 비영리단체의 특성상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이에 조 대표는 낮에는 IT 기획자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밤에는 온기의 활동을 이어갔다. 조 대표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주변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변에서 굳이 비영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를 말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다"면서도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버티며 이 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추진했다"고 했다.

 

온기의 핵심은 단절된 사회관계를 손편지로 '깊은 연결'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조 대표는 "편지는 그 속에서 진심 어린 '깊은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편지 한 통을 작성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편지를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정성과 진심을 담는 과정이 가장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고 편지가 지닌 특별한 힘을 설명했다.

 

온기우편함'은 매주 모인 편지를 자원봉사자인 '온기우체부'들이 직접 답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사연에 맞춰 정성스럽게 작성된 답장은 우체국을 통해 고민을 보낸 사연자에게 전달된다. 지금까지 온기는 약 2만9000통의 손편지 답장을 전했다.

 

온기우편함 설치 장소. /사단법인 온기

◆8년간 이어지며 매달 2000여통씩 도착

 

편지를 통한 깊은 연결과 위로를 목표로 한 온기의 활동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온기우편함은 전국 73곳에 설치됐다. 우편함을 통해 매월 약 2000통의 고민편지가 도착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800명의 온기우체부가 단체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시니어까지 함께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온기우체부로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아픔을 겪어본 적이 있다는 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온기우편함에 편지를 보낸 고민사연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아픔에 공감하며 세상에 누군가는 소중한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진심이 담긴 편지를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기우편함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고민을 보내고 정성 어린 답장을 받은 사연자들은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것과 같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답장 후기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나누고 있다.

 

조 대표는 "사연자들은 힘들 때마다 이 편지를 꺼내 보겠다, 정성을 담은 말들에 눈물이 났다는 등 세상이 아직 따뜻하고 살만하다는 이야기를 남겨준다"며 "매주 이러한 후기를 접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비록 작은 편지 한 통이지만 누군가에는 큰 힘이 될 수 있고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낀다"고 언급했다.

 

온기우편함은 올해 안에 80곳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이미 영화관, 기차역, 대학교, 도서관, 카페 등 다양한 일상 공간에 설치된 온기우편함은 대학병원 암센터나 추모 공원 등 위로가 필요한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CJ CGV, 코오롱, 한화생명, 삼성생명, 서울시설공단, 한양대병원 등 40여 개의 기업과 협력해 기업 내 공간에 온기우편함을 설치하고, 임직원들이 손편지로 답장을 작성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온기우편함을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 하나의 무브먼트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첫 번째 단계로 온기우편함의 운영 매뉴얼을 구축하고, 전국 200곳에 온기우편함을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해외로도 그 범위를 확장해 전 세계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글로벌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그는 "온기우편함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위로를 전하고 싶다"며 "생각보다 어떤 일을 꾸준히, 오랜 시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기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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