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2' 조선사의 합병이 임박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그간 중국은 저가 선박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으나 이번 합병을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욱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21일 영국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9월 글로벌 선박 수주 누계는 4976만CGT(1733척)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3631만CGT(1657척) 늘어난 수치다. 이중 한국의 수주량은 872만CGT(201척, 18%)이다. 중국은 3467만CGT(1222척, 70%)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1위·2위 조선사가 합병 수순에 들어가며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의 합병은 CSSC가 CSIC를 주식 교환을 통해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흡수합병은 중국 당국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SSC는 강남조선유한책임공사·상하이외고교조선유한공사·중선징서선박유한공사·광선국제한공사 등 산하에 4개 조선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CSSC의 점유율은 중국시장에서 16%, 세계 시장에서 11%다. 시가총액은 1561억위안(약 29조 4000억원)이다. CSIC는 산하에 다롄조선·우창조선·베이하이조선 등이 있다. 시가총액은 1136억위안(약 21조 4000억원) 수준이다.
양사가 상하이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SSC는 합병을 통해 국가 주요 전략과 주력 사업인 군력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동시에 선박건조사업의 질적 발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매체들은 이번 합병 완료 시 총 자산과 시가총액이 각각 4000억위안(약 75조 3000억원), 3000억위안(약56조 5000억원)에 달하고 세계 조선 수주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20%에 머물렀던 중국의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은 1년 만에 40%대까지 급등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의 주요 선박 18종 가운데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14종에서 신규 수주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합병이 한국 조선사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수주한 일감을 선종별로 야드에 몰아주면 효율성 증대와 제조 경험 향상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에는 전문인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족한 인력이 외국인 근로자들로 충당하고 있지만 숙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 인력 부족이 올해부터 연평균 1만 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27년부터는 약 13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급증하며 경쟁이 이전보다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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