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세 번째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전략적 가치가 커진 동남아시아 지역을 우군으로 만든 윤석열 정부의 성과라는 평가다.
13일 대통령실에서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중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는 2010년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1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전까지 아세안은 전체 11개 대화상대국 중 미국·중국·일본·인도·호주 등 5개국과만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한국은 1989년 아세안과 부분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5년,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14년 만에 이들 5국과 같은 위치에서 교류하게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아세안 특화 협력 전략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발표했다. 한-아세안 연대구상은 대(對)아세안 외교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은 8개 중점 추진과제를 비롯해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또 취임 후 3년 연속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꾀했다.
한국 입장에서 아세안과의 관계 향상은 전략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양측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872억달러, 투자 규모는 74억달러, 인적교류는 1018명이다. 관계를 수립한 지 35년만에 아세안은 한국의 2대 교역 대상이자 2대 투자 대상 지역이 됐다. 아울러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통해 발전하면서 한국과 경제·산업 협력을 맺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 아세안은 공급망 분야에서도 전략적 위치를 점한다.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글로벌 기후 위기는 국제사회의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 공급망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의 주제는 '연계성과 회복력 강화'였다. 국제사회의 연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의미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과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맺은 협정으로, 평시에는 공급망 복원력 증진을 위한 물류를 개선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양국 고위급이 만나 5일 내에 긴급 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싱가포르는 물동량 기준 세계 2위 항만을 보유한 글로벌 물류 허브다. 또 필리핀과는 수교 35년 만에 최고 단계 파트너십을 맺어 '원전 동맹'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최고 협력 단계에 진입한 한국과 아세안의 안보,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미래지향적인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국방·방산협력뿐 아니라 사이버 안보에 대한 전략적 공조를 약속했다.
또 이 자리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에너지 전환·인적개발·디지털 전환 등 세가지 이슈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교역, 투자 중심의 대아세안 경제협력을 더욱 견고하게 하면서, AI, 디지털, 스마트 시티, 재생에너지 등 미래산업 분야로 협력을 다층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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