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파산이 선고되면 가지고 있는 재산 전부를 모조리 변제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당장 먹고 살 걱정에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파산절차를 밟지 않으려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은 파산채무자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산에 대해서는 이를 그대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있다. 빚 변제에 사용돼야 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재단'이라고 표현하는데, 일부 재산에 대해서는 파산재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 그 처분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첫 번째로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채무자가 그대로 소유하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필수품, 식료품, 연료 등이나 채무자가 농업이나 어업 등을 영위하는 경우 없어서는 안 될 도구(농기구, 비료, 고기잡이 도구 등), 훈장 등의 명예증표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 밖에 법령에 규정된 부양료, 유족부조료, 구호사업 등으로부터 받는 수입,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최저생계비를 감안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등도 빚 변제에 쓰이지 않고 그대로 채무자가 수령해 생활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서울특별시의 경우 5500만원, 과밀억제권역, 세종특별자치시, 용인시, 화성시 및 김포시는 4800만원, 광역시, 안산시, 광주시, 파주시, 이천시 및 평택시는 28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2500만원을 상한으로 해 이 범위 내에 있는 임차보증금에 대해서는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도록 면제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생활에 필요한 6개월간의 생계비 또한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생계비의 금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4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40/100에 6을 곱한 금액이다. 2024년을 기준으로 4인가구의 중위소득은 572만9913원이므로 약 1375만2000원까지는 생계비로 확보가 가능하다.
기존 채무자회생법 체계에서는 1110만원을 정액으로 해 상한을 뒀었는데, 2024년 6월11일 시행된 개정 채무자회생법에서 물가 변동 등에 따른 경제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 위와 같이 4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40/100에 6을 곱한 금액으로 하는 정률(定率)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상한이 다소 높아졌다.
다만 유의할 점은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이나 6개월간의 생계비는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또는 파산선고 후 14일 이내에 면제재산목록 및 소명자료를 첨부해 서면으로 직접 법원에 그 면제를 신청해야 한다. 단순히 신청만 한다고 상한에 달하는 금액을 모두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닌 만큼 적절한 설득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있다.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위와 같은 제도를 이용한다면 채무자나 그 피부양자의 생활도 일정 수준 보호될 수 있으므로, 재정적으로 파산 상태에 빠진 채무자라면 적극적으로 도산절차를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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