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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66) 기술과 사람의 공존 모색하는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지난 20일 오후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도봉구 마들로 13길 56)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가 지난 20일 도봉구 창동에 국내 로봇산업의 메카가 될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Seoul Robot & AI Museum·서울RAIM)'의 문을 열었다. 시는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에 산업혁명 전진기지 역할을 할 전문 과학관이자 동북권 핵심 문화시설을 조성키로 결정하고, 2021년 5월 착공에 들어가 금년 3월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을 준공했다. 서울RAIM은 올 7월부터 총 2차례의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이달 20일 정식 개관했다.

 

◆인간 vs 로봇, 인간과 로봇

 

20일 오후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을 찾은 시민들이 메타 휴머노이드 마스크봇과 대화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8월 20일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을 방문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창동역 1번 출구로 나와 중랑천 방향으로 약 408m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제빵사 모자처럼 둥글 넓적한 하얀색 건물은 터키의 유명 건축가 멜리케 알티니시크의 작품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건축사사무소의 수석건축가 출신인 그는 서울RAIM에 곡선의 비정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내부엔 건물 외관과 조화를 이루는 튜브형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건축면적 14만3129㎡, 연면적 7308㎡,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이날 서울RAIM 1~3층에서는 각각 ▲로봇·인공지능과의 만남 ▲로봇·인공지능을 알아가다 ▲생각하는 기계, 질문하는 인간을 주제로 한 상설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볼거리가 가장 많은 3층으로 향했다. SF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 형상의 거대 로봇이 전시실 한가운데서 관람객들을 맞았다. 초록색 버튼을 누르고 질문하면 메타 휴머노이드 마스크봇이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체험이 이뤄졌다.

 

"너는 거짓말을 잘하니?"라는 첫 번째 물음에 로봇은 "그런 의심이 들겠군요"라고 태연하게 답변했다. "오늘 몇 사람이랑 대화했어?"라는 질문엔 "오늘 많은 분들과 대화해서 즐거웠어요"라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힘들어서 퇴근하고 싶지?"라고 묻자 "헤엑. 저는 퇴근이 필요 없어요. 여러분과 대화하는 게 아주 즐겁답니다"라는 로봇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달 20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전시물을 감상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건 '얼굴 없는 초상화'였다. 작가들에게 제시된 인물 사진으로 초상화를 제작하되, 인공지능이 대상의 얼굴을 식별하지 못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미션을 준 결과 탄생한 작품들이었다. 인공지능이 아직 가닿지 못한 인간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금방 또 따라잡히겠지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기계가 ON하면, 사람은 OFF

 

지난 20일 오후 이진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장이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어 '온 앤 오프' 특별전이 마련된 4층 기획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명에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작동하려면 전기적 온(ON)/오프(OFF)가 필요하다'는 의미와 '로봇·AI가 작동(ON)하면 사람의 일자리와 역할은 오프(OFF)된다'는 두 가지 뜻을 담았다고.

 

가장 인상 깊은 전시물은 '로보틱 미러월'이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숫자 0과 1이 빼곡히 적힌 벽면이 둘렸고, 정면엔 유리 패널이 붙은 로봇팔 3개가 설치됐다. 'ㄱ', 'ㅁ', 'ㄴ'이라는 한글 자음 모양의 오브제를 든 로봇팔은 춤추듯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맨 마지막에 '<◇>'라는 기호를 만들어냈다. 유리 패널엔 숫자 0, 1뿐만 아니라 앞에선 사람의 얼굴이 비쳤다.

 

이진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장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귀찮고 머리 아픈 일들을 대신해 세상이 편해졌다고 여기기 쉽지만, 우리가 행동하는 것들, 생각했던 것들, 판단했던 것들이 정보화돼 나도 모르게 수집되고 관제되고 있다"며 "기술의 발달에 의해 편해진 이면에 또 다른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보기 위해 이렇게 전시를 꾸며봤다"고 말했다.

 

20일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 전시된 '로봇 간호사'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로보틱 미러월에 이어 'PBV 응급차' 전시 공간을 둘러봤다. '로봇 간호사'라는 명찰을 단 깜찍한 꼬마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왕눈이 로봇 간호사의 단발머리를 쓰다듬자 눈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배가 아파요'라는 어르신의 말에 로봇 간호사는 "많이 아프시겠어요. 배를 따뜻하게 하고 휴식을 취해보세요"라고 답했다. '주사 맞아야 돼요?'라는 질문에 로봇이 재빨리 답을 고르지 못하자 관람객들은 "눈만 껌뻑인다"며 박장대소했다. 꼬마 간호사가 뒤늦게 "주사는 꼭 필요할 때만 맞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대답을 내놓자 어르신들은 "아유 귀여워~"라며 기특해했다.

 

팔뚝 만한 크기의 로봇 간호사는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인형처럼 눈 깜빡임이 어색하고 동작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로봇 간호사를 대했고, 쉽게 마음을 내줬다. 전시실 벽에 작품 소개와 함께 적혀 있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로봇이 우리가 해왔던 많은 일들을 대신할 때,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운영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 희망자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 65세 이상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20~64세 성인 관람료는 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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