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현실 고려하지 못했다...법정최고금리 낮추면 '역마진' 우려
"법정최고금리 인하 부작용 면밀하게 조사해야"...해법은 연동형 최고금리제
정치권이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섰지만 금융권에서는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단순히 법정최고금리를 낮추고 불법대부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지적이다.
23일 정치권에서 따르면 지난 16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을 골자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불법대부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최고금리를 연 15%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은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최고금리를 낮춰 서민들의 금융자립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에는 최고금리의 2배를 초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구체적인 처벌 방안도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지만 금융권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지는 정책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금융사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못한 데다 적발을 피하기 위해 불법사금융 시장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금융권에서는 '역마진'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이나 중저신용차주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만큼 은행권보다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를 책정한다. 운용자금을 연 3~4%에 조달하고 인건비와 판관비, 고정이하여신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저축은행이 79곳이 월 3억원 이상 취급한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는 연 12.36~19.88로 집계됐다. 이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담보대출의 경우 연 2.50~19.99% 수준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또한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두곤 물음표를 던졌다. 카드론마저 받기 어려운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신용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4.15%다. 아울러 신용점수 700점 미만의 중저신용 차주에게 적용한 평균금리는 연 16.82%다. 정치권이 제시한 연 15%를 초과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적 보완 없이 무작정 규제만 한다고 서민들의 부담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법사금융 시장이 주도면밀해질 우려도 있다"며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는 등 양적인 성장이 요구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연동형 최고금리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법정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연동형 최고금리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국가는 독일과 이탈리아, 브라질 등이 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제도적 보완 없이 시행했다간 법정최고금리에 인접한 차주가 금융소외계층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 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달금리가 변하는 만큼 연동형 최고 금리제를 활용하면 유동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면 서민 부담이 낮아진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취약차주의 경우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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