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오르면서 명품 주얼리와 시계 업체들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고 있다. 금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비용을 상품가 인상을 통해 보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일부 불황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금값이 상승하면서 명품 주얼리 업체들이 올 여름시즌부터 하나둘씩 주얼리 제품의 가격 인상에 나섰다.
주얼리 브랜드인 골든듀는 2022년 이후 2년 만에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골든듀의 '듀이터널스2 귀고리'는 103만원에서 137만원으로 올렸고, '듀이터널스3 팔찌' 역시 305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인상했다.
샤넬 역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샤넬은 올해만 네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주얼리 제품 '코코 크러쉬 링 화이트 골드' 미니 모델을 253만원에서 262만원으로 올렸다. '코코 크러쉬 링 베이지 골드' 스몰 역시 441만원에서 457만원으로 인상했다.
명품 시계 제품 가격도 속속들이 오르고 있다. 리치몬트그룹의 명품 시계 브랜드 파레나이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시계 및 시계 스트랩 가격을 내달부터 인상할 예정이다.
일본 시계 브랜드 그랜드세이코 역시 이달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8~10% 인상했다. 그랜드세이코는 이미 지난 4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피아제, 까르띠에, 오메가 등이 지난 5월과 6월을 기준으로 시계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 주얼리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배경에는 금값 상승이 있다. 실제로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지난달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9일 기준 금괴당 가격은 100만 달러(약 13억3500만원)를 넘어섰다.
이번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골든듀 관계자는 "이번 가격 조정의 배경은 금값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의 지속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글로벌 명품 업체들과 달리, 불황으로 매출이 좋지 않은 주얼리 업체들은 쉽게 상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원자재 상승에 따른 비용 보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얼리 기업인 제이에스티나는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상품가를 낮췄다. 지난달부터 면세점 내 제이에스티나 일부 상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 것.
제이에스티나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마이너스 1억 30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일반 시계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시계협동조합에 따르면 시계 산업의 내수 생산 시장은 2018년 1800억원에서 2022년 44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은 워낙 수요가 있어 금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애초에 매출이 적었던 국내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원자재 상승 비용을 보전할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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