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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본 기업의 수명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일본은 세계에서 장수 국가로 유명한데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도 장수기업이 많이 있다. 일본의 '100년 경영연구 기구'에 따르면, 100년 이상 업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2만 6000 개 사에 달하고 세계 100년 이상 기업 중 약 40%가 일본 기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도시바가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1949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도시바가 74년 만에 상장폐지 된 것이다. 1875년 창업 이후 일본의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온 도시바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기업 중 하나였기 때문에 도시바의 상장폐지 소식을 접하고 문득 예전에 본 일본 기업의 수명에 관한 연구가 떠올랐다.

 

일전에 일본 기업의 수명을 측정한 흥미로운 연구 논문을 본 적이 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증권시장에 상장된 대부분 기업이 약 30년을 전후로 상장폐지 되기 때문에 일본 기업의 수명은 약 30년이라는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실 해당 논문을 읽은 것이 꽤 오래전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일본 기업의 수명이 30년이라는 주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따라서 일본 기업의 수명은 약 30년이라는 것이 하나의 수학 공식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었던 기간만으로 일본 기업의 수명을 30년이라고 내린 결론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일본의 증권거래소가 1949년 문을 열었고 1950년대 한국 전쟁으로 인해 일본 경제는 급성장하면서 많은 기업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따라서 해당 연구의 결과는 일본 기업의 수명이 30년이라기보다는 일본 증권거래소의 평균 상장 기간이 약 30년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100년 이상 된 기업의 비중이 20%에 달하고 있다고 하니 기업 수명으로 따지면 30년을 넘긴 기업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모든 기업의 평균 수명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잘 알려진 대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 대기업의 업력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도시바와 같이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자리를 잡고 성장한 재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재벌은 미군에 의해 해체되었으나 운이 좋게 이를 피했거나, 족벌이 배제되고 소유가 분산된 전문기업으로 재편되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 그룹은 업력이 이미 150년을 넘기고 있는데, 그중에서 도시바는 148년 만에 수명을 다한 것이다. 그리고 2차 대전 후에 등장해서 성장한 소니와 같은 기업도 6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일본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면서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는데 이 시기에 등장한 기업들이 새로운 대기업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만 보더라도 일본 기업의 수명은 적어도 60년 이상이며, 장수기업은 150년이 넘은 것을 알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평균 수명은 100년을 넘는다. 역시 일본은 사람도, 기업도 장수국임은 분명한 것 같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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