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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GPS 드로잉’,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바른 박상오 변호사

'콘텐츠'는 사회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과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공유 플랫폼의 등장, 최근에는 인공지능(AI)에 의한 창작까지. 시대의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이나, 콘텐트 창작 또는 제공 방식의 변화로 이어져 왔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해 특정인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이 직접 이동하는 방식으로 특정한 형태의 이동경로를 만들어 내는 것을 'GPS 드로잉'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콘텐츠의 한 형태이다. GPS 드로잉'은 그 이동경로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직접 펜의 역할을 하면서 이동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행위예술이라고 볼 수도 있다.

 

GPS 드로잉은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봐 저작재산권 등을 인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필자의 사견으로는 GPS 드로잉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법(즉, 시각화)의 하나(즉, 도구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해당 이미지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는 이동경로 기록을 통해 시각화된 이미지 등에 관한 것으로 이동경로를 기록한 데이터 파일(GPX 타일)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강아지런(Gang-aji Run)'이라는 GPS 드로잉의 저작권 등록 사례가 화제다. 창작자는 위 작품을 미술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로 등록하고자 했으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를 반려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회신했다. 최종적으로 위 작품의 데이터 파일에 관해 '편집저작물'로 저작권 등록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창작자가 위 작품의 시각화된 이미지가 위 편집저작물의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사례에서 창작자나 그 대리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시각화된 이미지, 데이터 파일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GPS 드로잉이 편집저작물로 인정된 것만 하더라도 앞으로의 콘텐츠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종래와 같이 인간에 의해서가 아닌 기계 또는 프로그램, 정보나 데이터 등에 기초해 새로운 형태의 창작이 끊임없이 등장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등에 관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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