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준금리 5.25~5.5% 동결
"금리인하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 시점이 아니다."
1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날 FOMC는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8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확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표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좀 더 지켜보고 데이터를 쌓은 뒤 (금리인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표 안정적에도 금리동결 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고용시장의 둔화가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은 2019년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고용시장의 냉각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크게 증가했던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21년 5월 97만8000건 늘었던 신규일자리 고용은 올해 7월 12만2000건으로 줄었다.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치솟던 임금 수준도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2020년 4월 전년대비 7.9% 상승에서 올해 6월 기준 3.9%로 낮아졌다.
파월 의장은 "신규 일자리 고용의 경우 2019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고, 임금상승률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다"며 "(연준이 원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정상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냉각을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한 만큼 동결 결정을 했다는 설명이다.
물가상승률도 목표치까지 충분히 둔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물가상승률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개인소비자지출(PCE) 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 6월 6.8%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6월 2.5%로 낮아졌다. 다만 2019년 물가상승률 1%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2019년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이 물가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물론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란 확신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물가상승률 둔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美, 9월 금리인하 가능성
이날 파월 의장은 연준의 두가지 목표인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중에서 '최대고용'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대고용은 현실적으로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3%대에서 올해 5월부터 4%대로 올랐다.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시장이 둔화되며 서서히 최대고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은 "예컨대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성장률이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노동시장이 현재 조건으로 냉각된다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한 가지만 보는 게 아니라 물가와 고용시장의 균형 등을 살펴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기대 만큼 둔화하지 않더라도 경제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목표치(2%)에 도달할 것이란 확신은 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그 외 고용지표 둔화에 따라 9월 금리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韓, 9월 이후 금리인하 논의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언급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앞서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금융·외환 변수가 많아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9월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를 확인한 뒤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8.5원 하락한 1368원에 개장했다. 연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급격히 하락했지만 여전히 1300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해 환율 변동폭을 더 키우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문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557조4116억원이다. 6월 말(552조1526억원) 대비 5조26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부동산 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회복기대감에 대출 수요가 늘며 가계대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의 현재 여건을 고려할때 통화정책의 완화가 가져올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며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합 모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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