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자신의 땅이나 집, 예금 등을 고의로 타인 명의로 바꾼다든가, 특정 채권자의 채무만을 변제하는 등 다른 채권자의 채무회수를 방해하는 채무자의 재산 처분행위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채무자의 사해행위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 중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것도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된 경우에는 이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반면 상속의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아니다. 상속의 포기는 비록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없지 않지만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다.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로 볼 수 없고,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해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해 행해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상속 포기로 인해 상속인인 채무자가 무자력상태에 있다고 해서 그로 하여금 상속포기를 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대법원은 "상속포기자가 상속포기의 신고가 아직 행해지지 않았거나 법원에 의해 아직 수리되지 않는 동안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참여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협의가 그의 상속포기를 전제로 해 포기자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인 경우로서, 결국 상속포기의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됐다면, 이와 같은 상속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봤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참고). 즉, 상속 포기자가 당시 상속재산 분할 협의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가 수리된 이상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해 그 효력이 있고(민법 제1042조), 상속재산분할협의 역시 공동상속인의 자격을 가지는 사람들 전원이 행한 것으로 소급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반면 달리 보는 경우도 있다. 종합소득세를 체납한 채무자가 모친의 사망으로 부동산을 상속받게 됐다. 상속인들이 부동산을 모두 부친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했고, 이에 국가가 채무자의 부친을 상대로 위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사해행위취소를 구한 사안이 있었다. 대법원은 "조세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채무자가 분할협의로 사실상 유일한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 위 부동산에 관한 상속지분을 포기함으로써, 국가를 비롯한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됐으므로, 위 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4다208315 판결 참고). 즉,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사실상 상속포기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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