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을 놓고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침체기)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동화 전환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중단하거나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힘을 싣는 등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최근 캐즘으로 주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1년 판매량 484만2000대로 전년보다 119.8% 증가했지만 2022년 813만5000대(68.0%), 2023년 1065만6000대(31.0%)를 기록하며 판매량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올해는 이같은 성장세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NE리서치는 올해 NEV 인도량이 전년 대비 16.6% 성장한 1641만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동화에 전념하던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개발을 미루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GM은 전기차 양산을 미루는 등 대대적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GMC 허머 등의 EV 양산을 미루기로 했다. 대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완성차 제조업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은 2026년 설립 예정이었던 독일 신규 전기차 공장 계획을 취소했다. 특히 프랑스 완성차 업체인 르노와 중국산 저가 전기차 대응을 위해 준비해온 보급형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과 르노는 2만 유로(약 2900만원)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의 공동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부터 협상을 진행했지만 글로벌 시장 성장 둔화로 협상은 불발됐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25년까지 전동화 비중을 절반으로 늘린다는 목표치를 5년 뒤로 밀었다. 특히 EQE와 EQS의 판매 부진으로 차세대 럭셔리 전기차 플랫폼 개발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메체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줄이고 새로운 MB.EA Large 아키텍처 개발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플랫폼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했던 차세대 플랫폼이다. 특히 지난 2022년 메르세데스-벤츠는 2023년 출시하는 신형 E클래스가 내연기관을 적용한 마지막 신차가 될것이라고 발표했다. 140여년간 쌓아온 내연기관 기술력을 버리고 전기차 아키텍처 기술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향후 10년 동안에도 '전기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그룹은 3000만원대 소형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새로운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에 이어 기아 'EV3'를 출시하며 3000만원대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기아 EV3는 소형 전기 SUV지만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501㎞까지 확보해 공개와 함께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에서는 가성비 모델의 출시로 중저가 보급형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함께 새로운 친환경차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의 인기 SUV GV70을 기반으로 한 EREV 모델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REV는 기본적으로 전기차로 분류되지만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모두 사용한다는 점에서 PHEV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EREV는 평소에는 주로 전기 모드로 주행을 하게 되며 필요할 시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내연기관으로 전환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REV는 EV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며 "뛰어난 항속거리와 제로백도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EV와 PHEV의 장점을 극대화해 전기차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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