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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7>알프스와 지중해의 협작…伊 대표 화이트 '칸티나 트라민'

<237>이탈리아 칸티나 트라민

 

안상미 기자.

어디서든 적응하고 잘 자라는 포도품종이 있는 반면에 특정한 환경에서만 제 맛을 보여주는 애들이 있다. 화이트 와인 품종인 게뷔르츠트라미너가 그렇다. 조금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과실만 진득하거나 알콜이 가득해 쓴 맛만 나고 만다.

 

근데 잘 키우면 과실과 꽃향이 기가 막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보기 드문 화이트 와인이 된다. 이탈리아 최북단이라 선선한 기후 속에서 천천히 다 익을때까지 기다렸더니 일부러 달게 하지 않아도 좋은 향은 물론 풍미와 산도까지 다 갖춘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이 만들어졌다.

 

울프강 클로츠 칸티나 트라민 마케팅 디렉터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와이너리와 산지, 와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라셀라

이탈리아 와이너리 칸티나 트라민의 울프강 클로츠 마케팅 디렉터는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칸티나의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산미가 잘 보존되면서 완숙될 수 있는 테루아로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 당도를 남길 필요가 없다"며 "아름다운 향과 함께 달지않은 이탈리안 스타일의 와인으로 우리가 게뷔르츠트라미너를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칸티나 트라민 누스바우머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품종 특유의 우아함을 가장 잘 표현했다. 황금빛에 장미 꽃잎과 이국적인 과일향이 느껴지는가 하면 미네랄 느낌까지 복합적이다.

 

그는 "잘 잡힌 균형미로 무거운 느낌이 일체 없기 때문에 어떤 음식과도 충돌없이 잘 어울린다"며 "특히 매운 음식도 과실과 향신료 향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한국의 김치와 같이 마셔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티나 트라민의 포도밭이 위치한 알토 알디제 지역은 이탈리아 지도로 장화 모양을 떠올리면 입구 부분이다. 알프스 산맥이 와이너리 좌우로 뻗어있고 주변에는 눈이 쌓여있지만 아래쪽은 지중해성 기후의 연장선으로 포도가 잘 익을만큼 따뜻하다. 낮에 온도가 올라가면 인근 가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알을 식혀준다.

 

칸티나 트라민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든 '에포칼레'가 세계적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면서다.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으로는 사상 최초다. 경매 등의 2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뛰면서 칸티나 트라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위상을 높였다.

 

칸티나 트라민의 화이트 와인. /나라셀라

'칸티나 트라민 소비뇽' 역시 여느 소비뇽 블랑 와인과는 다르다. 뉴질랜드 등 다른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 일단 파릇파릇한 향으로 존재감을 내세운다면 칸티나 트라민 소비뇽은 향보다 입 안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울프강 디렉터는 "포도 자체가 좋은 완숙미에 산미를 잘 갖추고 있어 공격적이거나 풋내없이 매끄럽다"며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 재배지 대비 비교적 따뜻한 테루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칸티나 트라민 스토안 비앙코'는 샤도네이를 중심으로 소비뇽 블랑, 피노 비앙코, 게뷔르츠트라미너 등을 섞어 만들었다. 스토안은 독일어 방언으로 돌을 뜻하는데 석회암이 있는 테루아를 반영했다. 서늘한 곳에서 자란 샤도네이는 풍미와 색, 향을 착실히 축적해 복합미와 구조를 갖췄고, 소비뇽 블랑과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다채로운 아로마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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