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인도의 각 가정집에서 회사에 일하는 식구에게 보내는 도시락을 한국 연예인이 함께 배달하는 방송을 보았다. 정말로 많은 양의 도시락을 보고 놀랐으나, 전철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칸이 있었고, 함께한 인도인이 10년 넘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고 하니 인도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듯하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 이용 고객의 사유를 들어보니 대부분은 점심시간에 따뜻한 점심을 먹이기 위해 집에 있는 가족이 준비한 음식을 보내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경험해 보질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짐작하건대 회사 주변에 식당이 부족하고 붐비는 교통편 속에서 카레와 같이 쏟아지기 쉬운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서 출근하는 것은 부담되어 이런 도시락 배달 사업이 번창하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일본 생활 중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먹던 도시락이 문득 떠 올랐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구내식당을 찾거나 회사 주변 식당에서 입맛에 맞는 요리를 먹는다. 다이어트에 진심이거나 특별히 건강 관리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먼저 일본인들은 도시락 자체가 인도와 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갈 때부터 매일 도시락을 가지고 간다. 따라서 엄마들은 어떤 재료를 이용해서 얼마나 귀엽고 예쁘게 만들지를 매일 고민하고 있다.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도시락 용기와 밥과 반찬을 꾸미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요리 서적 중에서도 도시락 관련 책자의 인기가 매우 높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매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락이 습관이 된 것 같다. 굳이 도시락 반찬이 많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편의점에 등장해서 지금 많은 사람이 간편하게 먹고 있는 삼각김밥도 사실은 일본의 도시락 문화 중 하나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반찬을 많이 준비하기 어려울 때 밥에 간단하게 양념하고 김으로 감싸서 먹는 초간단 도시락이 바로 삼각김밥의 원조이다.
다음은 구내식당이 없는 도심의 빌딩가에 근무하는 직원에 비해 식당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쏟아지는 사람 수에 비해 식당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싸 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서비스도 발달해 있는데 바로 도시락 전문 배달 업체이다. 한 달간 계약을 하면 메뉴는 따로 정하지 않아도 매일 다른 음식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보내주는데 일회용 용기가 아니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져 국과 밥이 따뜻하게 배달되고 식후에는 용기를 수거 해간다.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싶지 않다면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도시락을 구입해 근처 공원 벤치에서 식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 편의점에도 도시락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편의점과 슈퍼에서 도시락과 반찬 판매대가 크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이 필요한 사람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1인 가족과 요리가 어려운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러한 도시락 문화 덕분에 성장한 또 다른 산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휴대할 수 있는(주로 500ml)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와 녹차 시장이다. 특히 이 녹차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종류도 다양하고 도시락과 함께 팔리는 1위 품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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