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조선업계로도 넓혀질 것이라는 긴장감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는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미철강노조(USW) 등 5개 노조로부터 해양·물류·조선 부문에서 중국의 부조리한 정책과 관행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조들은 "중국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위, 정책, 관행을 통해 해양·물류·조선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해당 산업분야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조선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USTR이 미국 항구에 있는 중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친노조 전략을 내세우기 위해 이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해당 청원이 접수된 것은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는 관점도 제기된다. 미 해군 정보국(ONI)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은 약 2325만GT(총톤수)인 반면 미국은 10만GT가 안 된다.
특히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건조 실적과 기술력이 부족하던 시장 초기에 해외 선주들에게 정책금융을 지원하거나, 중국 조선소 배를 건조할 경우 저리로 정책 자금을 빌려주는 등 자국의 선박 발주를 지원해왔다.
중국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미·중 무역 갈등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 조선소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 조선사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국내 조선사에게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사를 제재할 경우 중국 조선사의 원가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으며, 한국 조선사의 슬롯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라며 "미국 관련 수송이 증가할 가스선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기준 중국 조선사의 선박 인도량은 글로벌 조선사 전체 인도량 중 50.9%를 차지했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28.4%, 15.4%로 뒤를 이었다. 미국 조선사의 인도량은 0.1%에 불과했다. 만일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 업체들을 제재해 중국으로의 선박 발주량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미국 조선소들이 감소된 발주량을 모두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글로벌 2위인 한국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조선소에 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해운 산업이 GDP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라며 "이번 청원을 통해 중국으로 제재가 가해진다면 한국 조선사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은 있겠으나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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