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계란 한판 가격이 1000원 가까이 뛰면서 7000원대로 올라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한창이고, 설 명절도 한 달 앞두고 있어 먹거리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계란 한판(특란 30구) 평균 소비자 판매 가격은 7012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8일 6182원 대비 13.4% 상승했다.
계란은 지난해 지속적인 가격 불안으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11월 하순에는 7000원을 넘나들다가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3일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에도 12월 중순까지 폭등세 없이 6000원대 초반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연말 수요 증가와 강추위, 폭설 등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새해 들어 7000원에 근접하더니 기어코 7000원을 넘었다. 평년(5924원)과 비교하면 18.4% 비싸고, 물가 상승폭이 컸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5.3% 높은 수준이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가격이 오를 대로 오르는 등 농가 경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좀처럼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고병원성 AI 확산세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까지 고병원성 AI는 전국에서 총 27건이 발생했다. 축종별로는 산란계가 13건으로 가장 많지만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범위 조정과 방역 강화 등으로 아직까지 실제 살처분한 산란계 마릿수는 100만 마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 산란계 사육 마릿수(7463만 마리)의 1.5% 수준이다. 정부는 일일 계란 생산량을 감안해도 당장 계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고병원성 AI가 산란계 농장이 집중된 경기지역으로 북상하면서 대량 살처분과 함께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산란계 사육 농가가 밀집한 지역과 인접한 충남 천안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경기남부와 충청지역 10개 시군의 산란계 농장에 대해 방역 실태 등 일제 점검에 나섰다. 오는 12일까지 산란계 농장에 대한 소독지원과 검사 등 방역 강화 조치 이행 실태를 합동 점검한다. 전국 20만 마리 이상 산란계 농장 출입 차량에 대해서는 위치 확인 체계(GPS)를 활용해 상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용 차량 운영 여부와 터널식 소독시설 설치, 2단계 소독 조치, 통제초소 설치·운영 등도 집중 확인한다.
농식품부는 계란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신선 수입란 112만개를 이번주부터 대형마트에 우선 공급한다. 11일부터는 유통업체를 통한 할인 지원도 조기 시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하루에 계란 4600만개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있어 수급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유통 과정에서 계란 수요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조만간 하향세로 돌아서고, 산란계 살처분이 늘어나면 추가적인 공급 대책도 가동해 가격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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