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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복주머니(福袋) 사세요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이제 며칠만 지나면 2023년이 끝나고 새해가 시작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를 반성하고 내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생길 것인지 기대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연말이면 백화점을 비롯한 쇼핑몰에서 대폭 할인을 진행하면서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최근에는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예전만큼 오프라인 상점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백화점과 쇼핑몰이 평소보다 붐비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연말연시에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하지만 단순한 할인판매가 아니라 복(福)을 나누어 주고 있으며, 그것은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있다.

 

유통업계에서 연말에 대폭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한 해 동안 팔리지 않은 물건을 처분해야지 내년에 신상품을 들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당연히 일본 백화점과 쇼핑몰들도 연말에는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유독 특이한 상품(?)을 이 기간에 판매하고 있다. 어쩌면 판매자는 큰 손해를 볼 것 같은, 구매자는 매우 행운이 될 것만 같은 상품을 1년 중 연말연시 기간 중 단 한 번만 판매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후쿠부쿠로(福袋)다. 후쿠부쿠로는 우리말로 복주머니이며, 영어로는 Lucky Box와 같은 단어다. 그렇다. 후쿠부쿠로는 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을 여러 개 넣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Lucky Box와 같은 상술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특이한 행사라고 하는 것은 연중 상시판매하는 그러한 Lucky Box가 아니라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구매하는 사람들이 복을 받았다고 생각할 만큼의 제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유명 스포츠 브랜드 상점에서 1만 엔(지금 환율로 9만 2천 원)짜리 후쿠부쿠로를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후쿠부쿠로는 정말 행운에 맡기는 구매 행위긴 하지만 의류가 포함된 경우에는 치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단 1만 엔을 지급하고 받은 상품 종이가방(상자로 판매하는 제품도 있지만, 후쿠로(袋)라는 단어가 주머니를 의미해서 그런지 종이가방에 넣은 상품이 많았던 것 같다)은 부피가 매우 컸다. 나름 유명 브랜드라 재고 처분이 어려운 상점도 아니었고 제품의 단가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주 궁금했다. 지금이야 SNS 등으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가 되니 바로 그 내용물이 공유되지만, 당시만 해도 소문으로만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상점마다 구성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한정된 수량으로만 판매해 구성품은 정말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기대 반, 불안감 반으로 종이 가방을 열어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먼저 부피가 그렇게 컸었던 것은 겨울 외투가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겨울 외투가 먼저 나오고 나서 체육복 상·하의 한 벌, 커다란 운동용품 가방 하나, 끝으로 양말 한 켤레가 들어있었다. 이 구성은 아무리 대폭 할인을 한다고 하더라도 1만 엔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구성이었다. 정말 연말에 커다란 복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후쿠부쿠로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연말에 악성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고객이 내용물을 알지 못하게 가려놓고 판매를 하는 상술 중 하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평소에 비싸서 구매하지 못한 물건은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애초 시작은 자기 상점을 이용해준 고객들에게 연말연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복주머니를 팔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상상을 해본다. 그러한 정신이 이어지고 있기에 정보 공유가 쉽게 이루어지는 요즘 세상에 온라인 매장에서도 판매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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