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유통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2일 <메트로경제> 취재를 종합해보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장 내 공간 차별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 라면, 새로운 주류 문화 트랜드를 이끈 위스키 등 한 가지 상품을 집대성한 공간 변화가 눈에 띈다. 메트로경제>
우선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서울 도봉구 방학점에 첫 라면박물관을 열었다. 이어 주류 특화 공간인 '위스키 라이브러리'도 선보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라면 특화 매장인 라면박물관은 수입 라면 70여종을 포함해 360여종이 매대를 채웠다. 라면 박물관 답게 맛과 라면 조리 방법에 따라 구분해 뒀다. 여기에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사람들을 고려해 즉석밥도 배치했다.
현재 11개 메가푸드마켓에서 운영되고 있는 라면박물관은 구경하러 온 고객들의 오픈런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라면을 한 곳에 모아 쇼핑 편의성을 높인 데다 대형마트 장점인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2년 차 점포들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소 25~35% 성장했다. 특히 서울 1호 메가푸드마켓 2.0인 강동점의 경우 전년 대비(8월 말~10월 말) 약 45% 매출이 성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모음 진열'이 모객 및 매출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바(Home Bar)' 트렌드에 맞춰 전 세계 여러 주류들을 모은 '더 홈바(The Home Bar)' 특화존도 준비했다.
1000여 종 이상의 와인과 위스키뿐 아니라 다양한 주류도 구매 할 수 있다. 특히 '위스키 라이브러리(Whisky Library)' 코너를 통해 320여 종의 위스키로 마니아층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위스키 라이브러리 역시 매출 증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평균 65% 증가한 것. 뿐만 아니라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트렌드를 반영한 '믹솔로지존'(Mixology Zone), 천연 간식·선식 등의 건강한 먹거리에 집중한 '베터 초이스' 등도 차례로 오픈하고 있다. 믹솔로지존과 베터 초이스는 각각 145%, 50%의 성장세를 보이고있다. 뿐만 아니라 위스키 등 특화된 주류에 맞춰진 유리잔 150 여종을 판매하는 '올 어바웃 글래스' 코너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비건 식품 전문 매장 '제로미트존'과 유명 맛집 또는 셰프와 협업한 외식 메뉴를 모은 '고메스트리트존' 등을, 이마트는 건강식품 전문 통합매장과 주류 특화 매장 '와인앤리큐어'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업계도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CU홍대 상상점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라면을 취급하고 있다. CU 홍대 상상점은 지난달 29일부터 가오픈 기간을 거쳐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해당 점포에서 판매하는 라면 종류는 200여 종에 달한다. 개점 이후 하루 평균 라면 판매량은 500여개로 일반 편의점 대비 10배 이상 높다.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라면 상품군 중 가장 수요가 높은 컵라면 대신 봉지라면 매출이 70%를 차지하는 것이 이례적이다"라며 "한 품목에 집중한 특화 매장의 매출 효과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품목으로 이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선 BGF 리테일 가공식품팀장은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K-푸드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만큼 K라면을 한데 모은 이색 편의점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CU는 앞으로도 다양한 차별화 점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들의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저녁 시간대 전체 고객의 70%가 외국인이다.
업계에선 이런 대형 특화존의 인기를 가성비(품질 대비 가격)를 넘어 '시성비'(시간 대비 쇼핑만족도)의 효과로 해석한다. 시성비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한 곳에서 원하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로, 최근 MZ 세대 의 소비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모음 진열'에 따른 업계 트랜드가 모객 및 매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더 다양한 차별화 된 점포를 선보이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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