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재건축조합은 을(乙)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고, 乙은 공사를 시행했습니다. 乙은 2018년7월 甲조합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12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조합이 항소했지만 2021년6월 항소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조합은 1심 소송 도중인 2019년5월 조합원총회를 열어 조합을 해산했고, 해산 당시 남은 조합재산 약 21억원을 조합원 411명에게 배분했습니다. 乙이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조합에게 공사비를 지급받으려 해도, 조합에는 아무런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乙은 조합원들이자 청산인들을 피고로 해 공사대금 지급청구를 주위적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합이 해산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종전 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잔여재산을 배분하기로 결의했으므로, 민법 제711조(이익 또는 손실에 대하여 분배의 비율을 정한 때에는 그 비율은 이익과 손실에 공통된 것으로 추정된다)에 따라, 위 결의에는 소송패소에 따른 손실도 같은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결의가 포함돼 있는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했습니다.
乙은 또 청산인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채권신고가 없더라도 청산에서 제외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민법 제89조 후문) 청산인들이 그 직무를 위반해, 乙의 채권 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乙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24. 선고 2021가합567759 판결). 법원은 "조합은 '민법상 조합이 아닌 법인'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조합에 관한 민법 제711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乙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0년 5월16일 조합이 해산등기를 접수했고, 청산인들이 취임했는데, 잔여재산은 해산등기 접수일 전에 조합원들에게 지급됐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미 청산인 업무를 개시할 무렵에는 잔여재산 분배가 마쳐진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들에게 청산인으로서의 직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시공사인 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5. 25. 선고 2022나2035665 판결).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경우에도 채권자의 채권 실행을 방해할 경우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 등).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제3자 채권침해' 법리에 따라 乙의 채무자는 조합이고, 피고들은 채무자가 아닌 제3자라 할 것이지만, 피고들이 乙의 채권 실행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봐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조합과 청산인들은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조합이 乙에게 채권을 변제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합의 책임재산을 현저하게 감소시킴으로써 乙의 채권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조합의 2019년 5월 해산결의 당시 이미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 ▲조합과 피고들이 위 소송에서 乙의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조합원들에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를 전제로 조합이 취할 조치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점 ▲청산인들이 조합장, 이사였던 자들로서 乙과의 공사도급계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청산인들에게 乙이 조합으로부터 변제받지 못한 공사대금에 대해 피고별 지분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다만 청산인들이 이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바 귀추가 주목됩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