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등 일부 게임업체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나온 '집게손' 동작이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여성민우회, 문화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단체들이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여론은 싸늘한 반응이다. 현장에서 여성단체들이 보여준 격양된 반응 때문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해당 기자회견은 문화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해당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제이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우리는 게임 문화 안에서 반사회적 페미니스트 세력의 존재에 대해 집단적 착각을 용인하면서 마치 또 다른 게임처럼 조장되고 있는 페미니스트 마녀사냥, 여성배제, 여성혐오에 반대하며 이같은 사태를 키운 넥슨코리아의 무책임하고 무지성적 방침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이 된 집게 모양 손가락은 남성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라는 반사회적인 여성 세력이 이런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가 날조해 낸 허황된 착각"이라며 "2016년 넥슨이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여성 성우를 배제한 사건을 시작으로 2023년 여성작가 배제사건까지 여성이 위협당하는 피해가 이어졌다. 넥슨이 이런 사태를 방조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로리 페미니스트 여성 게이머,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 이두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다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등 5명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발언이 끝나고 단체와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성단체들은 황급히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과 단체의 마찰이 발생했다.
실제 질문 하기 위해 다가간 기자들을 향해 단체들은 "질문 받지 않습니다. 전화로 하세요", "나오세요", "대답하지 않겠다는데 왜 자꾸 질문을 하죠?" 등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차단했다. 질문을 막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답할 생각이 없다", "여기서 답해야 할 의무가 없다"라고 말하면서 기자들과 10여 분간 큰소리가 오갔다.
어떤 취재진을 향해서는 "이상한 사람이 왔다"고 소리치자 경찰이 막아서며 약간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 노동조합과 접촉을 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한 김 모 남성활동가는 "기자 맞냐. 이상한 질문을 해서 답을 할 수가 없다. 알고 질문하는거 맞냐. 기자의 본질을 생각하라" 등의 격양된 반응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단체의 집행부는 제지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등 다수의 게임에서 여성단체가 남성을 비하할 때 표현하는 '집게 손' 모양이 나오면서다.
해당 영상은 외주업체 스튜디오뿌리가 제작했다. 스튜디오뿌리는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공식 SNS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지만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앞서,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이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넥슨은 부당한 남혐 몰이에 사과하는 대신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조장을 단호히 제지했어야 한다"며 "이것은 페미니즘의 문제이자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의원은 기자회견이 열린 같은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남초' 커뮤니티 일부 이용자들마저도 스스로 인정하듯이 집게 손 모양이 '남혐'이라는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다"라며 "이는 안티페미 세력이 게임업계의 페미니스트를 색출하고 공격하기 위한 핑계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제작사가 '남성혐오'의 의도가 없었어도 이를 검증하거나 반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며, "이제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열은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협하고 심지어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 측의 사과문에 등장하는 표현이 "해고나 계약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부당해고"라고도 비판했다.
넥슨 측은 "우리 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현재 논란이 되는 작업물은 접근이 불가하도록 조치를 취했으며, 추가로 해당 작업물들이 포함된 게임별로 리소스를 전수조사 중에 있다. 제작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후 회사 차원에서의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외부 제작된 작업물에 대한 내부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 노조 측은 "임직원이 피해를 보는 것에 입장을 조만간 밝힐 예정"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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