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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시민에게 붙은 빈대는 누구인가

필자는 웬만해선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겪은 억울한 경험(?) 때문이다. 분명 전날 밤새서 숙제를 했는데 가방에 수학책이 보이지 않았다. 과제 검사 시간에 "숙제를 했는데 안 가져왔다"고 털어놓았다. 선생은 "우리 집에 황금 송아지가 3마리가 있다"며 "이 말이 믿겨지냐"고 물었다. 필자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선생은 "지금 네가 한 말이 이처럼 허황되다"며 매타작을 했다. 이때의 일이 가슴에 사무쳐 그 후론 집에 뭘 놓고 오거나, 어디에 뭘 두고 오는 일이 없어졌다.

 

최근 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빈대 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서 빈대 대처와 관련해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 왜 선생이 봐주지 않고 가차없이 매질을 했는지 알게 됐다. 선생은 '말은 됐고, 결과로 증명하라'는 깨달음을 준 것이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빈대 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지난 10월24일로 기억된다. 서울시 전 부서에 선제 대응을 지시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국내 언론에 빈대가 출몰했다는 기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직전이었다"며 "외신 기사를 보면서 '(빈대가) 한번 퍼지면 그다음 단계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방법이 없겠다' 하는 위기의식을 느꼈던 거다. 그래서 매우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선제적인 대응을 지시했으면, 서울에서 빈대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지난 8일 오픈한 '서울시 빈대발생 신고센터'에 온라인으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총 18건에 달한다. 신고자 거주지(주소지)도 강남·강북·강서·관악·광진·금천·도봉·동대문·동작·마포·서대문·용산·은평·중랑·중구로 다양하다. 오늘(13일) 오후 2시까지는 6건의 신고가 추가로 들어왔다. 시가 빈대 현황을 '유일하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온라인 신고센터만 이 정도이니, 여기에 각 자치구 보건소와 다산콜센터 등에 접수된 것까지 합치면 실제 신고 건수는 이를 훨씬 웃돌 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빈대가 무서워 자리가 나도 앉지 않는데, 9일 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은 '오세훈 시장, 빈대 제로 도시 서울 선언'이었다. 이런 '선언'은 서울의 412개 지하철 열차, 3600개칸을 전수 조사했는데 빈대가 나오지 않았다던가, 서울시내 쪽방촌·고시원 등 빈대 발생 가능 시설을 전부 점검했는데 빈대가 없었다는 '증거 자료'를 들이밀며 하는 게 맞지 않나.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됐는데 빈대가 두려워 벌벌 떨며 지하철을 타야 하는 서울시민들이 딱하고 안됐다. 시는 빈대가 서식할 수 있는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바꾼다고 했다. 이 말 또한 믿기 어렵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화재에 취약한 천의자를 전부 스테인리스로 교체한다고 했던 시가 아니던가. 이 약속은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좌석 가운데 58%가 여전히 직물 의자다. 빈대부터 쥐까지 지하철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데 서울시는 공사 노조와 안전인력 감축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시민에게 붙은 빈대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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