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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장수국 일본에는 경로당이 없다

/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일본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단어 중에서 하나는 '장수'다. 예전부터 한국의 언론에서 일본의 장수마을을 가끔 소개해줘서 직접 가보기 전부터 일본이 장수국이라는데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식당이나 편의점, 슈퍼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인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일본은 정말 장수국이었다.

 

일본은 장수국가이기 때문에 빠르게 고령사회가 도래하였고 이와 관련된 문화도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2000년도 초반 일본 생활을 시작할 때 개호보험(介護保險)이란 용어를 처음 접하고선 참으로 특이한 단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같은 한자권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사한 단어가 많았지만, 개호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호와 가장 유사한 단어로 간호(看護)가 있는데 두 단어의 공통점은 '돌보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차이는 돌보는 대상에 있다. 간호는 환자를 개호는 어르신을 돌본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적합한 단어는 여전히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일본의 개호보험과 유사한 사회보험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는데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공식적으로 '개호'='노인장기요양'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일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호산업은 실버산업과 같은 내용이다. 이렇게 고령사회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 우리에게는 있는데 일본에는 없는 그것을 발견하였다. 바로 경로당이다.

 

필자가 배탈이 나서 내과를 갔었는데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썩은 이빨을 치료하기 위해 치과를 갔었는데 그곳에서는 두 시간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작은 동네 의원이라 예약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환자의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라는 것이었고 그곳은 병원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경로당과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픈 곳이 많아져서 병원에도 자주 가게 되고 우리나라 시골 의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일본에서는 경로당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생활 중 동경-가나가와현-지바현 등 동경 주변에서 매번 다른 동네로 몇 번의 이사를 했는데 어디서도 경로당을 볼 수는 없었다. 물론 경로당이란 표현은 우리만 쓰고 있으니 그 기능을 하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 비슷한 시설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의원이 경로당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동네 의원이 경로당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도 비슷하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데 의외의 또 다른 장소가 있었다.

 

피트니스 클럽(fitness club)은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피트니스 클럽은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반면, 일본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있고 그중에서 노인층의 이용 시간이 가장 길었다. 일본의 대형 피트니스 클럽 체인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 근처에 풀장을 겸비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온천문화가 발달한 나라답게 샤워실을 작은 온천과 같이 꾸며 놓은 곳도 있다. 그렇다 보니 평일 낮에는 월 정액권을 끊은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로 훌륭하게 활용되고 있다.

 

경로당이 없는 일본에서 동네 의원과 피트니스 클럽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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