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美 할란 이스테이트
"조화로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진정 위대한 와인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할란 이스테이트 2019에 대한 로버트 파커紙 평가)
특유의 밀도로 풍미가 가득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산도와 미네랄 느낌이 해맑더니 검은 과실의 깊이감은 고전적인 나파밸리 와인이다. 민트향이 야생의 숲인데 입 안에 들어온 와인은 정제된 실크같이 유려하다. 자꾸만 뱉은 말을 뒤집게 한다. 조화로운 모순이라고 평한 이유를 알만 하다.
보통 좋다는 와인일수록 까탈을 부릴 때가 많다. 시음 적기가 10년 뒤인 와인을 일찍 오픈하면 단단한 타닌만 얼르고 달래다 마지막 남은 몇 방울에서만 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반대로 적기를 놓치면 시들한 모습만 보다 끝난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는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10년 뒤에 마시면 정말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마셔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서다.
2019 빈티지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소믈리에들을 대상을 시음회를 했더니 다들 어리둥절 했다. 대체불가 컬트와인, 믿고 마시는 할란이지만 2019년 빈티지에 대한 평가는 남달랐다.
비결은 밸런스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가득하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튀는게 없다. 할란 이스테이트 2019는 궁극의 균형미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겠다는 와인이다. 워낙에 균형이 좋다보니 이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할까 싶을만큼 산미는 적당하고, 타닌은 부드럽다.
궁극의 균형미는 완벽을 위한 집념에서 나왔다.
설립자 윌리엄 할란(빌 할란)은 처음부터 캘리포니아 특1등급(First Growth) 와인을 목표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1등급 밭을 둘러보고는 나파밸리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 이게 1972년인데 와인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이 1996년이다. 그 사이 와인과 양조, 포도재배를 연구, 또 연구했다. 1987년 첫 와인을 나왔지만 품질이 목표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고, 정식 출시는 1990년 빈티지 부터다.
고집은 여전하다. 지금도 포도 재배는 물론 와인 양조 등 모든 과정에서 외주없이 엄격한 규칙을 고수한다.
단위 면적당 소출을 극도로 제한해 얻은 농축된 과실은 일일이 낱알로 선별해 연간 2만병 이하의 와인만 내놓는다. 빈티지의 기복이 크게 없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19년엔 하늘까지 도왔다. 날씨 말이다.
그 해 나파밸리는 겨울엔 비가 많은 오너니 봄은 선선했다. 포도 나무의 싹이 트는 속도를 늦춰 산도와 풍미가 풍부한 와인을 생산하기 적합한 조건이 됐다. 꽃이 필 무렵부터 여름까진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특히 카버네 소비뇽 품종에서 집중력 있는 맛과 신선한 산미, 고전적인 스타일을 갖춘 와인이 생산될 수 있도록 했다.
음식과의 궁합을 고민한다면 와인의 복합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숙성 또는 발효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면 된다. 같은 소고기라도 숙성된 것을 굽거나 아니면 기본 재료에 발효시킨 소스를 곁들여 먹는 식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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