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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대학이 제2의 인생을 디자인하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코 앞이다. 학생들은 여섯 장의 대입원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터다. 내년 1월이면 곧바로 시작되는 정시까지 가게 된다면 초조하고 지루한 5개월여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대입시즌이 되면 으레 푸릇한 젊은이들의 결박된 삶이 조명되거나, 산업전망과 같이 뜨는 직업의 이야기가 언론에 도배된다. 거기에 산업 현장에서 일하느라 대입 기회를 놓친 직장인들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인다.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야 이제 공부할 겨를이 생긴 만학도들은 대입이라는 무대의 조명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대학이 학령기의 등용문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만큼 그런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리라.

 

숲만 보지 않고 나무까지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재수, 삼수가 아니라 오수, 십수, 육십수의 대학 신입생도 있다. 물론 학령기 학생들과는 다르게 연거푸 시험을 보다가 대학에 온 건 아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일반고에서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이수했다면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경험으로 대학에 온다.

 

이를 '특성화고졸재직자 전형'이라고 부른다. 만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만학도 전형'으로, 대학에 간다면 학령기 학생들과는 10년 정도 세월의 간극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세상의 별 관심 없이 대학에 들어 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 충청북도에 있는 한 대학을 보면 23살부터 83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학습자들이 200명을 넘는다.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대학공부를 시작하나? 당장에 만끽하고 즐길 것도 많은데 왜 두꺼운 책을 들어야 하나? 밑도 끝도 모르는 의문이 들지만 성인학습자들의 대학생활은 오히려 유쾌하다.

 

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사회적 인정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모두 다르고 다양하지만 대학에 가는 성인학습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인정을 희망한다.

 

재직자들은 지금 몸 담은 직장에서 승진을 하거나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려고 한다. 오랜 기간 경력단절을 끊고 새로운 직업을 누리려는 여성들도 그렇고, 다문화 가정이나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사회에서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바로 대학이다.

 

아이들로부터 능력있는 부모로 인정받고 싶고, 젊은이들에게 표상이 되고픈 고령자가 있으며,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싶은 기초의회 의원들도 이 맘 때면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모두 삶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고 새로움을 성취하는 일이다.

 

필자는 작고한 소설가 고(故) 박완서님의 광팬이다. 그의 소설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있다. 베이비부머의 끄트머리 세대이고, 콩나물교실에다 이부수업을 톡톡히 경험했으며, 대학 갈 땐 졸업정원제로 물반 고기반이랄까 젊은 대학생들이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캠퍼스를 기억하는 필자에게 지금의 대학은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이다.

 

그런데도 수시모집이다, 정시모집이다, 이런 때가 되면 좁은 문의 학력경쟁이 극성이다. 그러니 대학 서열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이제는 열린 눈으로 보자. 대학은 성인학습의 장(場)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인생설계의 '아비투스'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서열화 대신 평생학습 서열화라도 만들어보자.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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