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또는 친구가 "며칠만 쓰고 바로 갚겠다"며 돈을 빌려 간 후 약속된 날짜에 돈을 갚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 것인가? 형법상 사기란 ① 타인을 '기망'해, ② 그 타인으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게 하고, ③ 타인의 '처분행위'를 유발해, ④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이 중 어느 한 요소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
그러나 ▲갚을 생각도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빌리는 경우 ▲돈을 빌릴 당시에는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이후 약속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방법도 능력도 없으면서 며칠 후에는 꼭 갚을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거나 ▲그와 같은 말을 하면서 각서를 작성하거나 어음을 발행하는 때에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돈을 갚을 능력과 의사도 없으면서 며칠만 기다려주면 그때에는 돈을 갚을 수 있는 것처럼 하는 채무자의 말이나 행위는 형법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이를 믿고서 변제기를 연장해주는 채권자의 말 또는 행위는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에 해당하는데, 현금 등 실물 재산뿐만 아니라 변제기 유예, 즉 돈 갚은 날을 연장받는 것 또한 형법상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사기죄에 있어서 채무이행을 연기받는 것도 재산상의 이익이 되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소정기일까지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채무의 변제기를 늦출 목적에서 어음을 발행, 교부한 경우 사기죄가 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갚을 생각도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며칠만 기다려주면 반드시 갚겠다'라는 말을 그냥 해서는 안 된다.
변제기 연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연장기간 동안 발생한 이자 중 미지급 이자에 대해서도 사기죄가 성립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의사는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형성된 하자 있는 의사이므로 불완전하거나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분행위의 법적 의미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 인식과 실제로 초래되는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이 점이 사기죄의 본질적 속성이다. 따라서 처분의사는 착오 빠진 피기망자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채권자가 연장기간 동안의 이자 중 일부를 받지 못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변제기를 연장해 준 것이라 하더라도, 앞서 본 변제기 연장 부분뿐만 아니라 연장기간 동안의 이자 중 미변제 이자 부분에 대해서도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경우 변제기 연장 부분뿐만 아니라 연장기간 동안의 이자 중 미변제 이자 부분에 대해서까지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