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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

풍수해보험 놓고 행안부·국회예정처 갈등… "정책보험" VS "지속가능해야"

국가재정으로 70% 이상 지원하는 풍수해보험
국가 지원 높여 가입률 높이는 모양새에 예정처 지적
행안부, 정책보험 특성상 예산 확보 및 홍보 통해 피해 최소화 노력

20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쌓여있는 흙과 잔해를 치우며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 뉴시스

최근 장마, 태풍, 대규모 산불 등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원해주는 제도인 풍수해보험을 두고 행정안전부와 국회예산정책처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각종 자연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는 제도로, 풍수해보험의 가입이 늘어나자, 국회예산정책처가 국가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정부 보조를 줄이고 가입자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도를 운영하는 행안부는 정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직접 피해보상을 하는 것보다 보험사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게 효율적인데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일종의 정책보험이다.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해 국민이 저렴한 보험료로 풍수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가가 풍수해로 인한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직접 지원해 재정 부담을 키우는 것보다 민간 보험사와 협력해 실질적인 피해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도입한 풍수해보험은 태풍·홍수·호우·해일·강풍·풍랑·대설·지진에 따른 주택, 온실(비닐하우스), 소상공인 피해를 보상하며, 현재 7개 민영보험사에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정부나 지자체가 보험료의 70~92%를 지원하고 가입자는 8~30% 정도의 금액을 지불한다.

 

풍수해보험 개요. /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별 분석', 국회예산정책처
2023년 6월 말 기준 풍수해보험 가입현황. / 이해식 의원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5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풍수해보험 가입 현황에 따르면, 주택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020년 19.46%에서 2023년 6월 기준 30.6%로 늘어났다. 2020년부터 판매가 시작된 비닐하우스에 대한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020년 10.3%에서 2023년 6월 기준 17.7%로 늘었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상가 및 공장이 입는 풍수해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험제도도 지난 2020년에 도입됐는데, 2022년 기업이 소상공인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3자 기부가입제'를 도입하면서 해당 보험의 가입률은 2020년 1.0%에서 2023년 42.2%로 급증했다.

 

연도별 풍수해보험 사업의 실집행 결산 현황. /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별 분석', 국회예산정책처

이처럼 가입률이 높아진 만큼 관련 예산도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풍수해보험 예산은 본예산에서 2021년에 222억원, 2022년에 253억5100만원이 책정됐고, 2023년도 예산엔 363억7100만원으로 오르며 전년대비 43.5%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7월에 '2022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자료를 통해 행정안전부의 풍수해보험 제도에 대해 분석했다.

 

예산정책처는 "풍수해보험의 손해율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영업손해율이 각각 36.0%와 33.5%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지원과 가입자 자부담을 통해 납부된 보험료의 36.0%와 33.5%만 실제 보험금으로 가입자에게 지급됐음을 의미한다"며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우 정부가 풍수해 등의 피해자에게 직접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율 추이를 확인해 보험료를 조정하거나 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2022년 풍수해보험 손해율 현황. /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별 분석', 국회예산정책처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풍수해보험은 거대 재해가 발생해야지 보험료가 지급되는 것이어서 편차가 크다. 민영보험사는 거대한 손실을 우려해 상품 판매를 안 하려는 민간보험사들과 협력해 정책보험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예산 확보와 홍보 강화를 통해 가입률이 상승 추세인 것을 보았을 때 이 제도는 잘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반면, 해당 분석을 한 황진솔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행안부가 풍수해보험의 특성상 손해율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예정처에서 누적 손해율 지표를 분석해보니, 제도가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의 손해율을 봤을 때도 높지 않고, 정부 부담분이나 자부담분 다수가 다시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어서 손해율이 낮은 측면이 있다. 그래서 보험제도 재설계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전문가인 최우일 HIS 위험관리연구소장은 "외국같은 경우 재난보험을 준의무보험처럼 많이 만들어 놨다. 한국은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서 그렇게 하면 반발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정책보험"이라며 "'왜 풍수해 보험을 드는 데 나라에서 70%나 지원해주냐'는 말은 '나라에서 재난이 났는데 직접 지원비를 왜 줘야하지'라는 말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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