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무부는 '민법개정위원회'를 꾸려 민법 전면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법에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을 도입하기 위한 개정안을 지난달 9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기술 발전과 IT 인프라의 확산으로 디지털콘텐츠 및 관련 서비스의 제공과 소비가 급증하고 있고, 관련 분쟁도 대폭 확대되고 있어서 이에 맞는 규범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그런데 기존 민법 규정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보완이 필요해졌다. 또 거래의 편의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을 도입하는 민법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해당 내용은 민법 제3편(채권) 제2장(계약)에 개별 전형계약의 새로운 유형(16번째)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디지털콘텐츠계약법에서는 디지털제품(디지털콘텐츠와 디지털서비스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제공계약을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디지털 형태로 제작·공급되는 콘텐츠 또는 그 콘텐츠의 제작·처리·저장·접근·유통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대방이 그 이용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으로 정의한다. 주요 내용으로 ▲제공자에게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기능과 품질을 갖춘 제품 제공의무 및 계약기간 동안(또는 상당한 기간 동안)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업데이트 의무 부여 ▲디지털제품에 대한 하자담보책임 규정 ▲디지털제품에 특유한 성질을 고려한 변경권 신설 등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은 그 내용이나 분량 등이 한정돼 있는 만큼 디지털콘텐츠나 디지털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분쟁이 이에 따라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이 도입돼 민법에 디지털콘텐츠계약의 표준이 제시되면 적어도 거래 당사자들에게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보호(업데이트 의무나 하자담보책임 등)가 이뤄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다른 법령 등의 개정 움직임도 조금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이 입법되는 경우에도 디지털콘텐츠나 디지털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개별 계약의 내용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콘텐츠 등의 경우에는 제공되는 다방면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제공되는 매체, 콘텐츠의 특성, 서비스 방식 등이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인 분쟁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나 소비자로서는 위 디지털콘텐츠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원칙을 준수하되, 개별 계약의 특성에 맞는 계약 내용을 제대로 사전에 정의해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또한 콘텐츠 업계의 입장에서는 디지털콘텐츠 등에 대한 입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현행보다 더 다양한 유형의 계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정비 등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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