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A회사에 1억 원을 빌려줄 때 B회사가 연대보증을 섰다. B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그 직후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다. 이 경우 채권자는 B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얼마의 채권액을 신고할 수 있을까?
정답은 1억 원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미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으니 채권자는 연대보증인인 B회사에게 8000만 원만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의 전액이 소멸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생절차의 개시시에 가지는 채권의 전액에 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해뒀다(제126조 제1항, 제2항). 어차피 회생이 개시된 B회사로부터 변제 받게 되는 채권액은 본래 채권 전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리를 '현존액주의'라고 부른다.
최근 대법원이 현존액주의를 강조하는 판결(2023. 5. 18. 선고 2019다227190)을 내놓았다. 원심에서는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으므로 8000만 원이 회생계획상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채권금액이 일부 소멸했더라도 채권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의 채권전액에 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해 회생절차 개시 당시인 채권액 1억 원이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판단이 곧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음에도 B회사는 채권자에게 1억 원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 1억 원을 기준으로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액을 산정해 회생계획을 정한 뒤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소멸하고 남은 금액을 한도로 원고가 실제로 변제해야 할 범위를 정하라는 것이다.
현금변제율이 90%인 회생계획이 작성된 경우라면, 원심은 8000만 원을 기준으로 해 B회사가 채권자에게 그 90%인 7200만 원을 현금 변제해야 한다는 것. 대법원은 1억 원을 기준으로 해 B회사가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현금변제액은 9000만 원이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2000만 원이 소멸했으므로 나머지 8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현금변제를 이행하면 된다는 의미다.
위 예시만 봐서는 원심과 대법원의 결론이 같아 보이나 그렇지 않다. 만일 현금변제율이 30%인 경우, 채권자는 원심의 기준에 따르면 2400만 원을, 대법원의 기준에 따르면 3000만 원을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 주채무자의 변제에 따른 잔존 금액인 8000만 원의 한도 내에 있으면서도 채권자는 600만 원의 금원을 더 받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존액주의에 기한 대법원의 판단은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접어듦으로 인해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채권자의 책임재산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취지에 있다. 도산제도가 채권자들의 권리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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