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업계가 테슬라 충전 규격인 NACS로 모여드는 분위기다. 충전 표준 경쟁이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각자 실리를 챙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여서 오히려 테슬라에 불리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이 높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GM과 포드는 최근 테슬라와 충전소 슈퍼차저를 함께 쓰기로 합의했다. 스텔란티스도 여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기차 충전 포트도 테슬라식인 NACS로 바꿀 계획이다. 일단 내년부터 커넥터를 제공하고, 2025년 이후 생산 차량에는 NACS 포트를 기본 장착하게 된다.
미국 충전소 업체들도 NACS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 기업인 차지포인트와 블링크차징은 NACS 커넥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트리티움까지도 합류했다.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NACS로 표준화하는 셈.
테슬라는 자사 충전 포트를 북미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이름을 TPC(Tesla Proprietary Connector)에서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로 바꾸고 관련 기술까지 공개한 후 1년여 만에 성과를 이뤄냈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 표준 경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CCS(콤보 차징 시스템)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황이어서 NACS가 북미 지역에서 절반을 넘는 충전소 인프라를 바탕으로 CCS 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것.
NACS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충전 포트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기업인 테슬라가 운영하는 덕분에 충전기 품질과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통신 방식도 종전에 CAN(계측제어통신)에서 CCS에 쓰는 PLC(고속전력선통신)까지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SK시그넷은 연내 NACS 방식 충전 프로토콜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충전기와 통신 및 제어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민간 기업간 협력으로 보이지만 자국주의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뒤에 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미국 완성차 업계가 NACS, 테슬라 생태계에 편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동화 기술 확보 경쟁에서 뒤쳐진 포드를 차치하더라도, GM이 테슬라와 협력하는 이유는 단지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슈퍼차저로 메꾸기 위해서라는 것.
실제로 GM은 최근 들어 전동화 전환 계획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이 기대만큼 빠르지 못한 탓, 충전소 확충 등도 어려움이 크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 같이 NCAS가 CSS와 비교해 그리 크게 유리하지는 않다"며 "미국 완성차 업계가 NCAS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지 북미 지역 충전소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슈퍼차저를 쓰기 위함"이라고 단언했다.
규제적인 한계도 남아있다. 미국이 지난해 11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NEVI)을 통해 전기차 충전기에는 CCS를 표준화해야한다고 규정한 만큼 NACS도 결국은 CCS에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테슬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슈퍼차저를 개방해 다른 전기차 수요까지 브랜드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었겠지만, 기존 테슬라 오너들이 충전소 편의를 잃으면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CCS 장점과 규제 등 문제로 NACS가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테슬라 오너들이 슈퍼 차저를 독점 사용하기 어려워지면서 불만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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