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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M-커버스토리] '이상기후'가 덮친 밥상, 식량위기까지 부른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서 식자재를 고르고 있는 모습. 이상기후로 인한 식자재 가격 변동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한 농작물의 작황 불량이 발생하면 여기서 배합사료 등의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곧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축산 가격 변동을 일으키며 자재 전반의 가격을 요동치게 한다. /뉴시스

계속되는 이상기후에 밥상이 휘청이고 있다.

 

올해 서울 벚꽃의 공식 개화일은 3월25일이다. 관측을 시작한 1922년 이래 두 번째 이른 개화다. 지난 2021년 새롭게 계산된 벚꽃 개화 평년값은 4월 8일, 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진 이상기후는 벚꽃을 철부지로 만들었다.

 

벚꽃만 이르게 피지 않았다. 양파와 무를 비롯해 축산과 수산물까지 이상기후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11일 기준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양파는 2만2180원(15㎏)로 평년 대비 82.9%, 무는 51.3% 오른 1만 9380원(20㎏)에 거래되고 있다. 반대로 급락한 재료도 있다. 소는 현재 100g당 1만3888원으로 평년 가격 1만5314원 대비 10% 가량 떨어졌다.

 

매년 매월 나타나는 식재료의 가격 등락 현상은 기후와 관련 있다. 식재료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변화폭에 따라 결정되는데, 조금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급량이다.

 

특히 농산물은 수급이 원활해지거나 과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부족하면 가격은 급등한다. 비닐하우스 등 농업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제철' 식재료는 존재하고, 일반적으로 제철을 맞은 식재료는 가격이 안정된다. 제철에도 가격이 폭등하는 작물이 점점 늘어나는 데에는 씨앗과 모종의 정식(定植) 시기부터 출하 직전까지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와도 같다.

 

실제로 현재 가격이 급등한 식자재 중 양파는 올해 주산지인 전라남도 일대에 닥친 가뭄과 이상기온으로 작황 불량의 결과물이다. 11일부터 지난해 5월 10일까지 지난 1년간 전라남도 일대에 내린 강수량은 1093.44㎜로 평년 대비 75.7%에 불과하다. 지난해 가을 정식기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모종이 속수무책으로 말랐다.

 

상대적으로 축산은 계절에 따른 변화가 적지만, 최근에는 농산물에서 나타난 기후 문제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가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가격이 급락한 한우는 러-우크라이나 전쟁과 기상이변으로 인한 배합사료 가격의 폭등이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매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1961~1990년까지 30년과 이후 30년(1991~2020년)을 비교했을 때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봄과 여름의 시작일은 각각 17일, 11일 빨라졌고 가을과 겨울은 각각 9일, 5일 느려졌다. 이는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기간에도 영향을 끼쳐 10.1일 더 길어졌다.

 

현재 식물 성장 기간은 260여 일에 이르지만 정작 작황이 불량한 것은 이상기후 탓이다. 과거로 멀리 가지 않더라도 당장 지난해와 2012년을 비교해도 월별 날씨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개월 평균 기온은 13.2도로, 2012년 12.21도 대비 1도 가량 올랐다. 지난해 3월 평균기온은 7.7도였으나 2012년은 5.1도였다. 반대로 8월은 지난해 25.7도까지 떨어졌는데 2012년에는 27.1도였다. 지난해 11월은 가을 날씨가 계속 되면서 평균기온이 10도를 기록하고 최고기온은 15.4도에 이르렀는데, 2012년은 같은 달은 평균기온 5.5도, 최고기온 9.5도에 불과했다.

 

이상기후가 계속 되면서 '식량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정부의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시급한 시세 안정에 급급하다는 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 8일 대외경제 장관회의에는 처음으로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다. 국제사회에서 ESG 활동과 탄소절감 여부가 새로운 수출입 기준으로 떠오르는 한편, 어려운 대외경제 속에서 정부가 세워야 할 대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참석이 필요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초안보다 강화한 수정안을 표결로 승인했다.

 

CBAM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55% 감축을 위해 EU가 마련한 기후변화 정책 패키지 중 핵심 법안이다.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이 EU제품의 배출량보다 많을 때 차이 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실질적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점에서 세계 산업구조·교역질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을 시작으로 확산 중인 이른바 '탄소세금'이 보편화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기업은 당장 탄소배출량의 극적인 감소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지난 3월, 정부는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부문 감축 부담을 크게 줄였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산업부문 목표치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3.4%p 낮춘 결정에 대해 정부와 산업계는 "실행가능한 탄소 중립 이행 방안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고 무리하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했다"며 이를 옹호했다.

 

이러한 결정에 환경단체는 정책 공청회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항의했다. 환경단체 측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을 포기한 것"이라며 "감축 대부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고 현정권에서는 극소량만을 감축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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